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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화웨이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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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화웨이 사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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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crush) 방법은 없다.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우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만약 어떤 나라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중대한 정보를 넣는다면 우리는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전쟁을 마무리짓기 위한 아르헨티나 회담에 나선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는 미국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당국에 의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회장)가 체포됐다. 미국 기업의 기밀도용과 대 이란제재 위반이 공식적 이유다.


이후 5G 기술의 선두주자이자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를 타깃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 '퇴출 압박'으로 노골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더 선진화된 기술을 막기 보다는 경쟁을 통해 미국이 승리하길 바란다"며 유화책을 시사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이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중 신냉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끝은 한참 멀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어떻게? 왜?=미국은 왜 화웨이를 때릴까.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면서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도청·기술유출이 가능한 백도어(backdoor)를 설치해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고 안보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화웨이는 미국이 정치적 의도로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15년 전부터 화웨이를 벼르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2003년 미 IT회사 시스코시스템스가 화웨이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이듬해 화웨이가 유출을 인정하고 시스코가 고소를 취하하며 일단락됐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화웨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행보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당시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도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며 2015년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사이버 첩보활동 행위 근절 등에 합의하기도 했다.


화웨이 퇴출 압박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직접적으로 노골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2019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공공기관 등에서 중국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멍 부회장을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했고, 기술탈취 혐의 수사와 반도체 부품판매 금지 등 화웨이의 목을 죄는 각종 법안도 몰아쳤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정보협력체제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등 주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아예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발 붙을 공간을 없애려는 초강경 행보를 보였다. 파이브아이즈에 속하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해 말 5G 공급망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고, 일본 역시 정부조달 입찰에서 화웨이를 차단했다.

[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화웨이 사태


◆배경은 결국 기술패권 전쟁=미국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 등 안보위험을 '화웨이 퇴출' 공세의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무섭게 성장해온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견제, 미래 신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들은 정부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화웨이의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8%, 세계 1위. 5G 기술로도 자타공인 선두주자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주도기술인 5G 시장을 이끄는 나라가 결국 미래 산업은 물론 정보전쟁에서도 이점을 얻을 것이란 측면에서 중국이 5G 시장을 선도하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멍 부회장의 체포, 화웨이 퇴출 압박 등 미국측 공세가 확대돼왔다는 점을 단순히 넘길 수 없다. 특히 고속성장을 이어온 화웨이의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판단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5G 기술을 주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5G를 포함한 첨단기술산업을 국가 의제로 내세웠다. 중국 또한 10대 핵심산업 육성 대책인 '제조 2025'를 통해 2020년 5G 상용화, 2030년 5G 세계 최강국 도약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중국의 기술굴기를 저지하고자하는 미국으로선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 때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 장비, 진짜 국가안보 위협될까=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가 실제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각국의 경계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논란이 돼 온 백도어(backdoor)는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장치를 가리킨다. 명확한 증거는 없어도 각종 의심사례는 잇따랐다. 앞서 일본 정부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를 정부 입찰에서 배제할 당시 불필요한 부품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스파이칩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간망에 외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유사 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런 CEO가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각국의 의심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지난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법 상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도록 중국 정부가 강요할 수 없으며 그런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웨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화웨이 사태


◆트럼프 '화웨이 고립작전' 외면하는 동맹국들, 왜?=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는가 했던 서구 국가들에게서는 최근 들어 다른 기류가 읽히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데 이어 독일 역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를 배제했던 뉴질랜드의 경우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직접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도 경쟁사 대비 20~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 장비 선호가 뚜렷하다.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웨이 금지가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보이콧에 등을 돌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선두기업 화웨이를 배제한 채 자체 기술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제적 이유. 그리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동맹국들에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 반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화웨이 역시 이날 캐나다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2500만캐나다달러까지 확대하고 일부 지식재산권을 남기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국들을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여론전에도 나섰다. 미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영국과 함께 앵글로색슨 계통의 정보협력체제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 속하는 캐나다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화웨이 장비 배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주요국들은 그간 미국이 주장한 화웨이 장비의 보안위험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술 수준, 섣불리 미국의 배제 움직임에 동참했다가 중국 정부의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해왔다. 한국 또한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입장을 번복한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이유가 확인된다. 중국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스는 앞서 "중국인들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뉴질랜드에 불만을 표하며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화웨이 사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초강경 노선서 돌아선 트럼프, '올리브 가지' 내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5세대(5G), 심지어 6G 기술을 (도입하길) 원한다"며 "이는 현 수준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고 똑똑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더 선진화된 기술을 막기보다는 경쟁을 통해 미국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자세에서 "뚜렷하게 완화적(noticeably more dovish)"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매체 CNBC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더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화웨이 전선이 실패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6G까지 언급한 것은 5G기술의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기술력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데니스 와일더는 "자국 산업을 옹호하며 자부심을 표해온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기술만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분명 좌절했을 것"이라며 "반(反)세계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제에도 확실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화웨이에 화해의 손짓을 내비치면서 다음 달 중 행정명령을 통해 미 기업들의 화웨이 및 ZTE(중흥) 장비 사용을 금지시키겠다는 방침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갈등이 한창 고조됐던 지난해 중국 ZTE를 대상으로도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가 돌연 해제한 바 있다. 이날 트윗이 터무니없는 엄포로 위기감을 끌어올린 후 당근책을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FT는 트윗이 알려진 후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별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어떤 나라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중대한 정보를 넣는다면 우리는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동유럽 방문시 동맹국들 앞에서 밝힌 경고와 동일한 내용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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