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서는데…먹거리 못 찾는 증권업계
최종수정 2017.04.13 10:20 기사입력 2017.04.13 10:20 박철응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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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 수입원인 주식매매 수수료는 무료화하는 이벤트를 앞다퉈 펼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통화료는 낮추고 데이터 요금 위주로 탈바꿈한 것과 유사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초대형 IB가 되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고 있으며,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대상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비대면 온라인 계좌 개설 시 수수료 ‘0원’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말까지 온라인 신규 고객에 한해 20125년까지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삼성증권은 지난 2월부터 1년간 신규 혹은 휴면 고객이 온라인 계좌를 개설하면 모바일 거래 수수료를 3년간 무료로 한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최장 10년까지 수수료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단 고객을 유치한 후 주식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 등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내포돼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소형사들의 수익에는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규모에 따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기업공개(IPO)를 놓고 대형 증권사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IPO 주관사 수수료는 공모금액의 1.5%였는데, 상장 추진 중인 넷마블의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받는 수수료율은 0.75%에 불과하다. 물론 공모금액이 크고 처음으로 청약수수료까지 받는 구조라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반기고 있지만, 업계 전반적인 수수료율 하향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앞서 공기업인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경우 상장 주관사 수수료율이 0.1~0.2%대까지 내려갔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일단 실적을 쌓고 보자는 식의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미래에셋대우가 3500억원 규모의 독일 보다폰 본사 빌딩 인수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셀다운(재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 등과 노보노디스크 미국 본사 사옥을 4000억원에 인수해 각 증권사가 1700억원씩 셀다운하려 했으나 실패해 700억원가량이 미매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800억원 정도가 미매각으로 남아있고,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노바티스 프랑스 파리사옥 선매입 계약을 맺은 이후 아직도 재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

초대형 IB의 핵심은 발행어음 허용으로 이르면 오는 6월쯤 본격화될 전망이다. 1년 이내 만기도래 어음인데 발행절차가 간편하고 다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 수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대상이다. 이들 증권사들은 그만큼 ‘실탄’이 늘어나겠지만 투자대상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자금시장 상황을 보면 시중자금은 풍부하나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부동자금이 많은 게 특징”이라며 “기존 은행권도 수신 확보보다는 대출처 발굴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시작하더라도 마땅한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 운용수익률이 저하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초대형 IB가 되더라도 당분간 부동산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부동산 투자 한도를 10%로 제시했으나, 증권사들은 30%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의 요구를 감안하고 있으나 초대형 IB의 도입 취지가 기업금융 활성화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 적정 한도 수준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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