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 침묵속 韓·美·中·日 제각각 속내
최종수정 2018.03.13 11:20기사입력 2018.03.13 11:20
방북과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북ㆍ미 정상회담을 파격적으로 수용한 지 4일이 지났다. 북한 매체들은 북ㆍ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대화를 중매한 한국 정부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인 미국 정부는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초조한 모습도 엿보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12일 "북한 나름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이 약속만 지키면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미국의 소리 방송도 한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북한과 서둘러 만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북의 응답을 촉구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직접 뭔가 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유엔(UN) 대사들에게 북ㆍ미 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번 기회가 희망적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한 것도 북ㆍ미 대화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대화는 없다며 북을 압박했던 미국이 북측의 응답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북ㆍ미 대화에 대한 진전이 없자 현 상황을 비꼬는 주장도 등장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CNN과의 회견에서 "김정은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표현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대화 제의가 수락된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서두를 게 없다는 의미이다.

역시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 외과적 타격을 검토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 포스트(WP) 기고문에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대화하면 협상이 실패할까 두렵다"고 일갈했다. 김정은과의 대면 담판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의욕을 경계한 대목이다.

북한이 침묵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제목소리를 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정의용 대북 특사를 만나 북ㆍ미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중국 측 입장인 '쌍궤병행(雙軌竝行ㆍ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북ㆍ미 대화 국면에서도 중국이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북ㆍ미 대화 수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는 중국이 북ㆍ미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지면서 6자회담 내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ㆍ미 대화 국면에서 일본의 목소리는 사라질 위기다. 사학스캔들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월 초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해도 반전을 노릴 변변한 카드가 없다. 납치자 문제가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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