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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플라스틱 쓰레기’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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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막힌 ‘플라스틱 쓰레기’, 2030년까지 1억1100만t 배출 추산
中쓰레기 수입 중단 여파로 몸살 앓는 동남아…무분별한 쓰레기 수입에 해양투기 문제 대두

그 많던 ‘플라스틱 쓰레기’ 어디로 갔을까?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지난 1월 재활용폐기물 수입금지를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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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 지난 8월 7일 필리핀 해안에 죽은 고래상어 한 마리가 떠내려왔다.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해양생물학자 대럴 블랫츨리는 고래상어 부검을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했다. 고래상어의 위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던 것. 그는 고래상어의 위를 촬영해 자신의 SNS에 게재하며 “지난 9년간 60마리의 고래, 돌고래 부검을 진행하면서 찾은 공통점은 이들의 죽음은 모두 사람이 초래한 것”이라며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바다 생물의 죽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이 게시물을 보는 당신은 슬픈 표정을 짓겠지만 여전히 쓰레기는 바다에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비산업적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한 지난 1월,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른바 ‘플라스틱 대란’을 겪었다. 수거되지 않은 비닐·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장에 넘쳐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비로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1992년부터 전 세계 약 1억6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한 중국의 갑작스러운 파업 선언 후 9개월,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플라스틱 쓰레기’ 어디로 갔을까? 중국이 수입을 거부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베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AP

중국이 거부하자 동남아시아로 향한 ‘플라스틱 쓰레기’


쓰레기들의 행방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포착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종 수크리타 태국 산업부 부국장의 발언을 인용, “중국의 플라스틱 수입 금지 이후 쓰레기 물량이 태국으로 밀려들어 옴에 따라, 오는 2021년까지 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태국은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한 1월부터 5월까지 21만 2000t의 플라스틱을 포함한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총수입량인 14만5000t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중국의 수입 중단 발표에 앞서 태국엔 지난해에만 수십 개의 쓰레기 분류·재처리 회사가 설립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태국 정부는 2년 안에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 실행을 발표했지만 지금도 일본과 북미에서 수입된 쓰레기가 항구에 쌓여가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트남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량은 2016년 34만t에서 지난해 55만t으로 급증했고, 말레이시아 역시 2016년 29만t에서 2017년 45만t으로, 인접한 인도네시아는 2016년 12만t에서 2017년 20만t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에 베트남 정부는 지난 7월 플라스틱을 비롯한 기타 쓰레기 수입 허가 발급 중단을 선언했고, 비슷한 시기에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공장 114곳의 수입 허가를 전면 취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의 재활용폐기물 수입금지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은 이번 중국 정부의 재활용폐기물 수입 금지조치로 인해 전 세계에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오는 2030년까지 1억11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매년 3억3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지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9%에 불과하다고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지적한다.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로 향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급증하는 수입량에 반해 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업체들로 인해 그 일부가 해양에 유기되며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 많던 ‘플라스틱 쓰레기’ 어디로 갔을까? 세계 고래의 날을 맞아 그린피스 필리핀이 설치한 고래 조형물.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리려던 조형물 고래가 이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 = 그린피스 필리핀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과의 전쟁’


이에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 유엔은 올해 세계 환경의 날(6월5일)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의 탈출’로 정하고 일회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사용 시 과세하는 안을 권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한 해양 쓰레기 감소 방안으로 빨대, 플라스틱 면봉에 제조 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근절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선행조치로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비즈(미세플라스틱) 사용 제품의 판매 금지에 돌입했다.


생산 후 재활용되지 못하고 지구를 떠돌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넘어 수돗물과 소금, 맥주를 통해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인도 등 14개 국가 수돗물 샘플 159개를 분석한 결과 128개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목포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천일염 중 국내산 2종을 포함한 호주·프랑스·뉴질랜드·중국산 등 6종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는데 천일염 1kg당 프랑스산은 2420개, 국내산은 최고 280개가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플라스틱 대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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