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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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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PC방 사건, 최초 실랑이부터 사건의 재구성
김 씨 동생, 칼부림 형 막았지만 작정하듯 칼 바꿔가며 범행
김 씨, 사실상 분노조절 장애…우리사회 ‘잠재적 김성수’ 있어
전문가·법조계, 우울증 등 정신질환 감형 힘들어보여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강서구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29)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성수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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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 씨의 결정적 살해 동기는 ‘무시 받는다’는 분노 때문으로 밝혀졌다.

범행 동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아르바이트생 신 모(21) 씨가 자리를 바꿔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그가 칼을 꺼내든 결정적 이유는 신 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해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있으면 분노가 폭발하는 일종의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노조절장애는 강박증 등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9세인 김 씨처럼 청년층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사실상 우리 주변에 ‘잠재적 김성수’들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6월과 7월에 발생한 방화 사건의 피의자들도 김 씨와 같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 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PC방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게임비)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신 씨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한 실질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나만 바보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신 씨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피의자 김성수(29)가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피해자 신모(21)씨를 상대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JTBC 캡처



◆ 사건의 재구성…김성수, 1000원 환불 거절하자 무시한다는 생각 들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을 찾은 김 씨는 ‘PC방 테이블 정리가 잘되지 않았다’며 신 씨에게 청소를 부탁했다. 신 씨는 바로 청소를 했지만 김 씨는 청소 상태가 별로라며 자리 변경을 요청하며 신 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김 씨는 신 씨가 친절하지 않다며 카운터에서 “게임비 1,000원을 환불해달라. 사장 불러오라”며 두 사람 사이에 본격적인 다툼이 벌어졌다. 신 씨는 “점장이 없어 마음대로 환불을 해줄 수 없다”며 거절하자 김 씨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김 씨의 동생인 김 모(27) 씨도 있었는데 두 사람의 다툼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동생은 오전 7시38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강서구 PC방 사건의 최초 경찰 신고였다.


김 씨 동생은 “아니, 일을 크게 키워”라면서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어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본 신 씨도 ‘PC방 업무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손님이 욕설하고 행패를 부린다.”며 신고했다. 신 씨는 경찰에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다 “잠시만요. 경찰 오셨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 씨 동생의 신고 직후 3분 만인 7시41분께 발산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PC방에 도착했다. 경찰은 김 씨 형제와 신 씨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일단 좋게 화해하고 (PC방 사장이 있을 때) 해결하라”며 ‘화해 권고’를 하고, 경찰은 8시께 김 씨 형제와 함께 PC방을 떠났다.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사진=연합뉴스



◆ 신고자 “지금 계속 찔러요”, 경찰 “누가요?”…10분간 이어진 칼부림


이 과정에서 김 씨 형제는 PC방을 나와 우측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2초 정도 머물렀다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상 1층으로 올라와 최초 출동했던 경찰들과 마주한다.


경찰과 함께 걸어가는 듯하던 김 씨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PC방에서 300여m 떨어진 집으로 뛰어갔다. 집에 도착한 김 씨는 등산용 칼을 챙긴 뒤 다시 PC방으로 돌아간다.


순식간에 형을 놓친 동생은 PC방 주변을 서성였고, 칼을 챙긴 김 씨는 8시6분께 PC방 건물로 뛰어왔다. 이 시각 신 씨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PC방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상 1층으로 올라와 쓰레기를 버린 뒤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 구조를 보면 PC방은 지하 1층이고, PC방에서 지상으로 가려면 문을 열고 나와 바로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김 씨는 반대편 출입 계단을 이용해, 에스컬레이터에 있던 신 씨를 향해 뛰어가 달려들어 폭행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동생이 달려들어 신 씨를 뒤로 잡아당겼지만 김 씨는 신 씨의 머리를 잡고 넘어뜨린 후 미리 준비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김 씨 동생은 PC방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PC방에는 게임을 끝내고 나오던 손님 3명이 있었고, 김 씨 동생이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김 씨의 잔혹한 범행 과정 때문에 이들은 도와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8시13분께 시민 두 명이 연달아 경찰에 신고했다. 첫 번째 시민은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 나고”라면서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두 번째 시민 역시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돼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누가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빨리 오시면 돼요, 그냥”이라면서 긴박하게 말했다.


결국 김 씨 칼부림은 경찰이 도착해 체포되기 전까지 10분 넘게 계속됐다.


동생은 현장을 빠져나갔고 형은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체포됐다. 신 씨는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4일 오전 11시께 결국 숨졌다.


최초 출동한 경찰이 초동대처를 잘했으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에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말다툼 당시만 해도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피의자가 흉기를 갖고 있지 않아 임의 동행 또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근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자체진상조사단을 마련, 유족이 제기하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강서PC방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사진=연합뉴스



◆ 김성수, 동생이 칼부림 막자 다른 손으로 칼 바꿔가며 범행


김 씨의 범행은 그의 분노와 맞물려 멈출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범행 과정에서 그의 동생이 김 씨의 칼을 쥔 손을 붙잡으면 손을 바꿔 다시 칼을 잡아 신 씨를 찌를 정도로 아예 작정하고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신 씨의 피해 상황은 그가 응급실에 실려 갔을 당시 담당 의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자세히 드러났다. 담당의는 “(신 씨 모든 상처에서) 칼이 뼈에 닿고 멈췄다”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분노했다.


이어 “(처음 응급실로 실려 왔을 당시) 그는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면서“(하지만)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삼 십 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신 씨의 끔찍한 피해 사실과 이에 앞서 김 씨 아버지가 김 씨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다. 잔혹한 방법으로 신 씨를 살해한 김 씨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씨의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 일주일만인 23일 오전 10시 기준 현재 97만1,205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김성수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감형?…전문가·법조계, 우울증 등 정신질환 환자로 볼 수 없어

한편 22일 오전 11시 김 씨 신상이 언론에 공개됐다. 피의자 신원 공개는 과거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에 한해 적용되고,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이날 정신감정을 위해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김 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제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김 씨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의 국립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는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그의 심신미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도 김 씨가 우울증 병력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인데, 범행 당시 집에 돌아가 흉기를 가져온 점을 보면 우울증 등 정신 질환에 의한 충동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건분석]“나만 바보 됐구나”…김성수, 그는 왜 칼을 멈추지 못했나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모(55)씨가 지난달 18일 새벽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군산경찰서를 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김성수, 분노조절 장애…우리 주변 ‘잠재적 김성수’ 있을 수 있어


전문가는 그의 이런 잔혹한 범행에 대해 ‘수동적으로 공격적인(Passive-Aggressivity)’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씨는 포악한 살인사건의 주인공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극적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상시에는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다가, 본인을 자극하는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폭발적으로 분노하는 일종의 ‘분노조절장애’인 셈이다.


이처럼 욱해서 저지르는 범죄는 경찰청이 지난 2016년 11월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723건 중, 분노 범죄에 해당하는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에 있는 경우가 41.3%(14만8천35건)로 나타났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 현실 불만 등 우발적 범죄도 41.3%(403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 2017년 5986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조절장애의 범위는 간헐성 폭발 장애, 병적 도벽, 병적 방화, 병적 도박, 강박적 성행위, 강박적 자해, 충동적 강박적 인터넷 사용이나 컴퓨터 중독, 쇼핑 중독, 폭식 장애, 알코올이나 약물에 대한 의존 장애 등을 포함한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이 가장 많았고 20대 환자 비율이 29%, 30대 20%, 10대 19%, 40대 12%, 50대 8% 순이었다.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유형별 분노조절장애는 2015년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분노·충동범죄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서’를 보면 △간헐적 폭발장애의 경우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해 반복적인 행동 폭발을 보인다.


참을 수 없는 분노는 참혹한 범행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7월 편의점에 불을 지른 40대 남성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단골인 편의점인데 이날은 점주가 아는 척도 안 하고 무시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불로 편의점 점주인 B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또 지난 6월 발생한 전북 군산 유흥주점 화재 이유는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외상값 시비 끝에 화가 나서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외상값이 10만 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 원을 달라고 해,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분노조절 발생 이유에 대해 평소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감정이 폭발해 극단적인 범죄를 일으킨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해결책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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