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영학은 왜 키우던 개 6마리를 죽였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3초

이영학은 왜 키우던 개 6마리를 죽였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첫 공판[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키우던 개 6마리를 둔기로 때려죽인 사실을 딸도 잘 알고 있다”

1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미성년자 유인·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기소)의 딸 이모(14)양의 양형 증인으로 나선 이영학은 딸 혐의에 대해 자신을 무서워해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씨의 동물 학대에 대해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서 볼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흉악범이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들의 과거를 추적해보면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동물을 학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월13일 서울 중랑경찰서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씨는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경찰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실상 이씨에 대해 ‘사이코패스’라고 결론 내렸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을 뜻하는 ‘사이코’(psycho)와 병리 상태인 ‘패시’(pathy)가 합쳐진 말이다. 1920년대 독일학자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성격 탓으로 인해 타인이나 자기가 속한 사회를 괴롭히는 사람’을 뜻한다.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성폭행, 살인 등 위험한 행위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이영학은 왜 키우던 개 6마리를 죽였나 강호순[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사이코패스들의 동물학대는 이씨가 처음이 아니다. 젊은 여성 등 8명을 살해하고 장모와 처까지 살해한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대표적이다. 애완견 사육장을 운영하던 그는 평소 잔인하게 동물들을 학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호순은 경찰 조사에서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 한 바 있다.


또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유영철 역시 첫 범행 직전에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염산이 담긴 드럼통에 시체를 보관해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준 연쇄 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경우 유년시절 죽은 짐승들에 관심을 가지다가 점차 직접 잡아 죽여 해부하는 데 빠져들었다. 이후 동물들의 피부를 벗겨내고 뼈를 추려 산에 담가 놓고 머리를 잘라서 집 뒤에 쌓아놓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이후 그는 16명을 살해, 일급 살인으로 기소됐다.

이영학은 왜 키우던 개 6마리를 죽였나 유영철/사진=연합뉴스



또 일본의 경우 효고현 고베시의 중학교 정문 앞에서 절단된 어린이의 머리가 발견됐다. 피해자는 근처에서 실종된 11세 소년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14세 중학생으로 과거 고양이의 발을 자르고 비둘기의 목을 자라는 동물 학대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한편 이처럼 동물을 상대로 잔혹한 학대를 저지른 사람의 경우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 성추행범의 30%, 가정폭력범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 학대의 흔적이 발견됐다.


저서 ‘범죄자 프로파일링’(홍성열|강원대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개 또는 고양이 등의 동물을 학대하여 그들이 괴로워하거나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얻고, 이런 쾌락적 감각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될 때 살인을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이 양이 이 씨 지시에 저항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정신 감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양의 정신감정 결과가 나온 뒤인 다음 달 10일 이 씨와 이 양을 다시 법정에 세울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뉴스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