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목민(牧民)' 유감
최종수정 2017.10.12 10:50기사입력 2017.10.12 10:50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며칠 전 영암을 다녀오면서 광주 대구 간 고속도로를 오랜만에 이용해 보았습니다. 영암에서 일찍 출발해 광주를 거쳐 담양까지 짙은 안갯속을 헤치며 나오고 있었습니다. 광주를 한참 벗어나 잠깐 안개가 걷히고 고속도로 진행방향 앞쪽으로 꼭 큰 화재가 발생했나 싶을 정도로 시커멓고 누런 연기같은 것이 대규모로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일까' 의아해 하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 보니 지금까지 우리가 지나온 안개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스모그란 것이구나! 그런데 스모그는 대도시나 공단의 하늘을 보호막같이 싸고 있는 것으로만 그간 알았단 말입니다. 평야나 농촌에서 피어오르는, 특히 갈수록 횟수나 그 밀도가 짙어가는 안개도 결국 스모그였다는 것입니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이 인간이라는 그 구성원에 의해 탄생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인류는 너무나 탐욕적인 삶에 여전히 연연해 있습니다. 탐욕적인 인류의 삶은 결국 지구라는 유기체의 자기정화 기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탐욕은 오직 자기만을 위해 작동하는 체계이기에 세상에 전쟁과 투쟁 그리고 분열만을 조장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탐욕에 한 번 물들면 이 세상에 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이미 인류는 오래전에 탐욕에 흘러 인류 문명의 비약적 발전이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이죠. 자기도취라는 덫에 단단히 걸렸습니다. 정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물질문명은 철없는 어린이에게 시한폭탄을 장난감으로 주는 것과 같습니다.

타국을 무력으로 침략해 약탈하는 제국주의는 과학을 빙자해 비약적인 물질문명을 이룩했으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기에는 너무 오만해졌습니다. 그리고 탐욕적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국가라는 합법적 권력의 비호 아래 폭식(暴食)을 자행하더니 그들의 견실한 존립근간인 일반 백성들의 삶의 영역까지 잠식하는 치명적 업보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은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의식이 깨어 있는 주체적 주권자가 아닌 거대한 연출에 의해 전체 그림은 절대 볼 수 없는 수동적인 소비행위만 하는 존재들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곧 양치기가 길들이는 양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에게 일반 백성들은 열등한 그들의 잔치를 빛내는 소품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전 지구적 차원으로 이미 보편화 된 것 같습니다. 일반 백성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와 평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탐욕도 결국 인간의 고결한 영성을 깨닫지 못하고 물질욕에 빠져서 생기는 기질의 병입니다.

정치도 탐욕으로 주저리주저리 도배가 되었습니다. 저는 '목민(牧民)'이라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선정을 베푼 이들은 자애로운 어버이의 입장에서 백성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그들과 삶의 애환을 함께했습니다. 스스로가 우월한 입장에서 백성들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백성들과 더불어 하는 삶입니다. 그 백성들의 삶속에 직접 들어가 어울려 보지 않고는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평소 완전히 그들과 괴리된 삶을 살다가 민생투어 며칠 했다고 어떻게 그 속사정을 알겠습니까? 이 세상의 실상과 문제점을 제대로 알려면 그 눈높이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벼슬이 높다고 큰 권력을 가졌다고 백성을 무시하고 하대하면 결국 스스로가 벼슬과 권력의 노예가 되기에 백성들을 개돼지로 대하고 무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위정자들이 일반 백성들을 가족같이 사랑하고 대우하면은 백성들은 더욱 마음으로 위정자를 흠모하고 따르는 것이죠. 먼저 위정자들이 탐욕을 탈피하고 인간 본연의 성품을 회복해야 그나마 탐욕으로 중병에 걸린 지구를 되살릴 불씨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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