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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달거리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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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1회용 생리대가 한국에 등장한 건 1960년대 중반이다. 무궁화위생화장지공업사에서 '크린패드'라는 생리대를 만들었다. 몇 년 뒤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의 합작사인 유한킴벌리는 1회용 생리대 '코텍스'를 한국에 소개했다. 당시 광고도 화제였다. '누가 여성을 해방시켜 주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젊은 여자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광고는 이미지만으로도 꽤 파격적이었다. 미니스커트를 한국에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킨 가수 윤복희가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1회용 생리대의 '편리함'을 선진국 여성들은 우리보다 50년 먼저 경험했다. 문헌에 따르면 최초의 1회용 생리대는 1919년 출시된 것으로 알려진다. 첫 출시는 아니지만 유통을 성공시킨 회사는 유한킴벌리의 모회사 킴벌리-클라크다. 1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에 의료용 우드펄프를 제공했던 이 회사는 기존 1회용 생리대와는 다른 흡수체를 사용해 '셀루코튼'이라는 생리대를 만들었고, 1921년 출시한 브랜드 '코텍스'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여성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여성 해방'의 상징이었던 1회용 생리대가 한국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대거 방출한다는 한 시민단체의 발표 때문이다. 1회용품 대신 면 생리대를 삶아 사용하자는 '과거로의 회귀'도 진행되고 있다.


독성 생리대 논란은 특정 제품만 이름이 공개된 데다, 조사대상 선정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제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섰고 '검증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 과반이 소비자단체 관계자라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ㆍ강원대 김만구 교수 측의 조사방법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앞으로 전수조사에서 고체시료 방식을 채택할 것임을 밝혔다. 이 방식은 김 교수팀이 200여종의 화학물질 검출량을 모두 더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농도를 근거로 산출했던 방식과 달라, 유해물질 상위 제품이 전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생리대를 구입하는 소비자의 혼란이 더 커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식약처는 "전 세계적으로 생리대 VOCs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다"는 형식 논리로 이번 사태를 비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레퍼런스(참조 대상)가 없는 상황이라지만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ㆍ유럽이 인용할 만한 규제기준을 만들어 내주길 바란다. '여성 해방'은 50년 늦었지만 '화학물질 해방'은 가장 빠른 나라의 여성으로 살고 싶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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