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전력대란의 추억
최종수정 2017.08.09 18:30 기사입력 2017.08.09 18:30 조영주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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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올 여름 최대 전력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칫 발전기 1대만 불시에 고장나도 2011년 9월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2013년 8월11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다음날부터 이틀간 여름 폭염으로 시간당 최대 전력수요는 8050만㎾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비력은 306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는 국민과 기업들에게 절전 참여를 호소했다. 원자력발전소 '불량 부품' 사건으로 신고리 원전 2호기와 신월성 원전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여름철 전력대란으로 하루하루가 비상이었다. 앞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위기가 있었다. 2011년 9월15일 전력대란 당시 예비력은 20만㎾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지난달 예방정비 발전소 등을 제외한 전력 공급예비율은 12.3%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달의 9.6%와 비교해도 꽤나 높은 수준이다. 이 배경에는 원전 등의 정상적 전력공급과 함께 정부의 전력수요 조절이 있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12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기업들에게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급전(急電)'을 지시했다. 급전 지시는 최대전력 관리를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수요자원거래(DR·Demand Response)시장'을 통해 진행된다. 전기 사용량이 많을 때 기업이 사용량을 줄이면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전력대란을 겪은 뒤 2014년 11월에 이 제도를 만들었고, 지난 6월 말 현재 319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과 24일, 이달 7일에도 급전 지시 전 테스트인 '감축 시험'을 벌였다.

이를 두고 급전을 실시해 전력 공급예비율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탈(脫)원전을 추진하기 위한 정지(整地)작업이라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에 보상금을 주고 실시한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일부 발전기 고장으로, 21일에는 지난해 최대수요인 8만5180㎾를 경신함에 따라 급전지시 조건에 부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전까지 급전 지시는 2014년 12월18일, 지난해 1월28일과 8월22일 등 세 차례 뿐이었다. 가정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급전 지시든 절전 요청이든 전기를 줄여 쓰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자 불편이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한 적절한 수요관리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요관리만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섣부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먹지도 않을 쌀을 매년 엄청나게 수매하고 있다. 에너지는 안보의 문제다. '지금도 전기가 남아도니 앞으로도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위험천만하다.

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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