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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文 '베를린 구상' 조급한 운전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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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文 '베를린 구상' 조급한 운전은 금물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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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미정상회담에 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우려했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G20 회의에서는 국제적 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국격에 걸맞는 정상외교가 가동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장기적 평화구상을 제시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등을 시작으로 한걸음씩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나가서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교류와 대화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북핵 대응을 전환하는 실마리를 잡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총론적 관점에서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여전히 의심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의 진정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모양새다.


성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치밀함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대통령들은 독일에 가면 꼭 통일 관련 구상을 언급하는 것이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기인한 듯하다. 베를린 선언 이후 3개월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당시에는 주변환경 정비와 북측과의 사전조율이 진행된 이후에 나온 선언이었다. 한마디로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이었다. 이번에도 사전 정비작업이 진행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절대 부족했을 것이다. 베를린 구상은 기존의 한반도 질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만큼 좀 더 치밀한 준비 작업이 선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는 복합화다.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추진으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안보문제와 경제문제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다. 이번에도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사업이 언급됐으며,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을 원한다. 북한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러시아나 한국의 필요에 의해서 출발한다. 북한의 참여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합적 작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과 가스관 연결 사업, 러시아 연해주 개발 등을 국제자본을 활용해서 추진할 복합구상이 필요하다. 청와대 안보실과 정책실이 함께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상시적으로 개최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셋째는 협상력이다.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고집한다. 북핵 문제는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방치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좋든 싫든 북핵 문제는 관리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압박 일변도의 정책은 이제 '확산'의 위험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하지 않고, 휴전선에서의 대북방송 일시 중단,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 축소 등을 일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떨까.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한 강연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기본은 '주고 받는 것'이지 '받고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머나먼 여정의 시작이다. 임기 5년의 시간에 초석을 다져야 한다. 조급한 운전은 금물이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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