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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책 한 끼]소득주도성장의 역설…"기반 허약해 효과 내기 어려워"
최종수정 2019.03.15 13:05기사입력 2019.03.15 13:05

<녹색평론 2019년 3-4월 / 녹색평론사 / 김종철 등 / 1만2000원>





진보 또는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라면 진보적 관점의 비판이 더 따갑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상징과도 같은 최저임금 인상은 진보적 이념ㆍ이론에 기초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궤도를 이탈하는 역설에 사로잡힐 여지를 남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조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방법론은 오래된 경제이론이자 일반론이다. 우리나라의 시장ㆍ노동구조는 특수성이 짙어서 일반론만으로 포섭하기가 어렵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판단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들, 특히 너무 영세해서 자기착취를 하는 이들까지 자본가로 만들어놓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논의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린 것부터 잘못됐다(지난해 7월 '나쁜 사마리아인들' 10주년 특별판 출간 기념 기자회견)."


경제적 지위로 보나 정치적 계급으로 보나 자기편이었을 이들을 별안간 저 대척점 근처의 어딘가로 내몰아버렸으니 이건 또 다른 형태의 계급배반인가. 폐지를 주워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전통의 '한국형 계급배반'의 이면에는 비교이론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현대정치사의 곡절이라도 자리하고 있다.

장 교수가 지적하는 건 방향성이 아니라 속도와 순서의 문제다. 선진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10%를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는 25%를 넘는다. 자영업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일 년에 4000만 원도 못 벌고 열 명 중 두 명은 1000만 원도 못 번다. 숙박ㆍ음식점은 창업하고 1년을 버티는 비중이 61%밖에 안 된다. 기업의 울타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밀렸는데 사회 안전망은 턱없어서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는 '자영업 천국'의 역설이다.


장 교수와 마찬가지로 진보학자인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는 '녹색평론 2019년 3-4월'호에 실은 '한국경제와 세계화의 덫'이라는 글을 통해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임금 인상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는 "소득주도성장론,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소제목 중 한 가지)을 던지고 이렇게 대답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물적 기반이 너무나 허약하다. 소득, 곧 직간접 임금을 자극해 소비, 생산 그리고 투자와 일자리 사이의 선순환을 가속ㆍ강화하자는 착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고화된 내부적 신자유주의 구조와 한국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이 순환은 이미 분절화 되어 정책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한국경제의 현 단계는 설사 케인스가 되살아나 한국의 경제 수장이 된다 해도 답이 없다."


소득주도성장론도 어디까지나 '성장론'의 한 갈래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소비+정부지출+투자+순수출'이라는 성장공식에 의거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부문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대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선순환을 유도하는 큰 그림이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 곧 최저임금 인상에 중소ㆍ영세 자본은 당장 일자리 감축으로 대응했다. 예상치 못한 역습이었다"면서 "그도 그럴 것이 중소자본 역시 재벌자본에겐 고작 '을'에 불과했고, 양극화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했다. 성장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감당하기에는 그들이 이미 "너무나 피폐해 있었다"는 얘기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살아있던 중국효과는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동력을 잃었다. 트럼프주의라는 "국가개입주의의 변형된 혹은 강압적 변주"와 이에 따른 미중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반도체에 기반을 둔 수출이 지탱했다. 무역흑자는 당연히 성장에 기여한다. 문제는 내면의 맥락이다. 이 교수는 "수출의 내면을 보면, 기업내무역이 적어도 3분의1은 될 것으로 보이고 또 3분의1은 초국적 국내 재벌 간 거래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삼성코리아'와 '삼성베트남' 간, 혹은 '삼성코리아'와 '현대아메리카' 식의 거래다. 그렇다면 수출이 담당해온 성장 기여의 순도는 하락하게 되고 고용과의 연관성은 낮아진다.


이처럼 한국사회가 이미 "세계화의 누적적 악순환"에 들어섰는데, 그 최대 피해영역인 중소자본을 자극하는 개념을 산입한 계산으로 또 다시 성장론을 꺼내든 게 옳았느냐고, "(문재인정부가) 과연 이렇게 서둘러 선회할" 일이었느냐고 이 교수는 비판한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악마의 맷돌'에 한 알의 모래가 되어 이 광적 속도를 늦추고 또 그 틈새에서 진행의 방향에 작은 변경이라도 가할 수 있다면 새로운 출발이라 불러도 좋겠다. 우선 문제의식의 공유에서 시작해보자"고 한다.


이상호 동국대 교수는 이번 호에 실은 '난파 중인 자본주의'에서 근대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과 신념체계, 지구라는 물리적 한계 등의 요인을 지적하며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이 쉽지 않음을 환기한다. 성현석 프레시안 기자는 '공유경제, 정말 공유경제인가'를 통해 최근 이슈인 '카카오 택시' 논란을 돌아봤다. 논란 속에서 해당 기업인이 그나마 가장 근본적인 대안을 내고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기존 업계는 목숨을 걸고 저항한 사실을 상기하며 어떻게 하면 공유경제가 새로운 사회계약의 계기가 될 지를 고민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침로를 잃은 민주정부,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논란을 두고 정부를 향해 '민주정부가 대체 왜 이러느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진보정부에 들이대는 진보적 거울이다. 고민의 지점이, 우리가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경제ㆍ정치의 이념적 균열구도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녹색평론'은 '녹색평론사'가 1991년에 창간한 격월간 비평지다.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주요 사회담론을 이끌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소개한 이들 외에 전강수, 한승동, 박경철, 김명환 등이 등장해 한국의 부동산과 투기 문제, 농촌 지역경제와 기본소득 문제, 한반도 평화와 분단 극복의 문제 등 지금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고민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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