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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영의 야간비행]3·1운동 100주년 그 정신 다시 깨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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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24년간 발표된 52편, 해설과 함께 담아

[기하영의 야간비행]3·1운동 100주년 그 정신 다시 깨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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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서시'(1941)


시인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아름다운 시로 시대의 '부끄러움'에 대해 논했다.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분노 대신 부끄러움으로 표현한 그의 시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울림을 주고 있다.


'불꽃같은 서정시'는 '3·1운동 100주년에 다시 읽는' 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 해설집이다. 김억의 '봄은 간다(1918)'에서부터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1942)'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 24년 동안에 발표된 시 52편을 선정해 해설을 붙였다. 이 책에 실린 시를 쓴 시인들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3·1운동을 경험했다.


'불꽃'과 '서정시'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은이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해설에서 "이상화는 개벽(1926.6)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함으로써 어두운 식민지 시대에 한국저항시의 횃불잡이가 되었고, 상화(尙火)라는 그의 필명에서도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그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불과 같은 정신을 숭상한 시인으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돼 왔다"며 "한마디로 말해, 이 시는 한 시대에 불을 숭상한 시인이 쓴, 불꽃과 같은 서정시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3부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다'에는 일제강점기 시대적인 현실을 반영한 서정시 열두 편이 담겨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부터 조선총독부가 항일 시로 규정한, 사실상 처음으로 소개된 시들도 있다. 지은이 미상의 '이 몸도 같이', '나는 피리를 부는 사람' 두 편은 이 책에서 처음으로 다루고 있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항일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조선의 독립(혁명)을 풍자해 단결 투쟁을 종용한 것, 총독 정치를 저주한 배일적인 것, 빈궁을 노래하고 계급의식을 도발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첫 햇발이 솟아온다 이 몸도 같이/묵은 옷 벗어놓고 새 갑옷 입고/일평생 같은 칼을 빗겨 들고서/용마타고 두리둥둥 해마중 가자.' -지은이 미상, '이 몸도 같이'


동아일보 1930년 1월 11일자에 발표된 '이 몸도 같이'는 혈탄이라고 하는 필명으로만 발표됐다. 이 시는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규정한 불온한 항일시다. 총 4연으로 '첫 햇발이 솟아온다 이 몸도 같이', '용마 타고 두리둥둥 해마중 가자'라는 시구가 반복된다. 해마중이 조국 광복을 뜻하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시를 웅혼한 무인적인 기상을 느끼게 하는 남성주의적인 저항의 시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이 책은 시 뿐만 아니라 비평적인 해설을 함께 접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일제강점기 의병을 다룬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다. 그는 낮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대부 애기씨'이지만 밤엔 양복을 입고 활동하는 '의병'이다. 이 책은 이처럼 불꽃과 같은 서정시 안에 깃든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갖고 있었던 독립정신, 비폭력 정신 등을 보여주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 책에 담긴 정신을 곱씹는 것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불꽃 같은 서정시/송희복 지음/글과마음/1만5000원>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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