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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모든 삶을 우울증 치료받는 아내의 회복에 바치다
최종수정 2019.01.11 10:43기사입력 2019.01.11 10:43

마크 루카치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는다. 이영애에게는 거북한 질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암, 사랑은 변하지 않지. 그렇고말고"라고 대답하는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를 쓴 마크 루카치다. 이 책은 루카치가 아내 줄리아를 만나 사랑하고, 줄리아가 어느 날 우울증에 빠지면서 겪는 시련에 대한 기록이다.


루카치는 조지타운 대학교 캠퍼스에서 줄리아를 처음 본 순간으로부터 글을 시작한다. 그는 첫 눈에 반해 큰 소리로 '본조르노 프린치피사(buongiorno principessa)'라고 외쳤다. '안녕하세요 공주님'이라는 이탈리아 말이다. 첫 대목이 책의 전부를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루카치는 공주님에 대한 지고지순한 정성의 기록으로 모든 페이지를 메워 나갔다.


루카치와 줄리아는 동갑이다. 둘은 열여덟 살 때 처음 만났고 스물네 살에 결혼했다. 스물일곱 살 되던 해, 줄리아가 새로 옮긴 직장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받고 우울증에 빠진다. 줄리아는 3주 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의 일이다. 루카치는 줄리아를 혼자 집에 두고 서핑을 즐기러 나간다. '괜찮으리라' 생각했지만 줄리아는 자살 충동을 느껴 많은 약을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가 뱉는다. 루카치가 돌아오자 줄리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한 행동들을 설명한다. 줄리아는 계속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루카치는 지극정성으로 줄리아를 보살피는 과정이 반복된다.


루카치도 격주로 정신과 진단을 받을 정도로 힘겨운 날들이 계속 된다. 하지만 루카치는 끝까지 변치 않고 정성을 기울인다. 그는 줄리아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숲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아들과 함께였다. 그때 아내, 아들과 함께 느낀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매듭짓는다. 자신이 먼저 죽으면 저 둘을 누가 돌봐줄 것인가를 걱정하며….


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말에 진짜 라면만 먹고 돌아간 순진무구한 유지태가 쓴 글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사랑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으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성'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루카치가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비유나 은유는 철저히 배제됐다. 그래서 문학적 감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는 아마존이 선정한 이달의 책이 되었다. 뉴욕타임스, 타임스, 가디언 등 유력 매체들도 호평을 했다. 글이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루카치가 아내 줄리아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한 점을 높이 샀을 것이다. 날짜가 기록돼 있지 않을 뿐 글은 일기에 가깝다.


비유나 은유가 배제된 이유는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도 있다. 루카치는 '글을 쓰면 줄리아가 꼼꼼하게 읽고 검토했으며 때로 글 내용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감정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배제됐을 것이다.


루카치는 글을 쓰는 행위가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며 줄리아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루카치 자신의 생각만 담을 수 없었기에 대화가 필요했고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과 줄리아가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물론 제 3자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지겨운 사랑 얘기일 수 있다. 두 사람에게는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사랑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무모할지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줄리아의 불안과 이를 묵묵히 견뎌내며 줄리아를 보살피는 루카치의 행동은 '사랑은 곧 정성'이라는 진리를 드러낸다.


루카치는 '나는 모든 삶을 줄리아의 회복에 바쳤다'고 썼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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