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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선 왜 ‘엄마를 부탁해’를 잘라냈을까?
최종수정 2018.08.27 10:32기사입력 2018.06.11 18:09

작품의 핵심적 주제 담은 부분, 번역가가 통째로 제외해 '논란'
'삭제냐 생략이냐'…문학 번역의 명암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문학 번역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종종 문학 번역은 곧 문화의 번역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토로한다. 번역이 작품 너머 작가의 의도와 작품을 둘러싼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2의 창작이란 인식이 자리 잡은 것 또한 그리 오래지 않은 최근의 경향이다. 최근 출간 10주년을 맞은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아랍어 번역본을 두고 불거진 번역삭제 논란은 번역자의 의도적 삭제가 의도를 가진 생략이냐, 일방적 판단이냐는 문제를 반영한 한 사례다.


지난 8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연구소가 주최한 ‘AI 시대의 문학번역’ 학술대회에서 번역가 김주희 씨는 2011년 아랍어로 번역된 ‘엄마를 부탁해’가 원본의 4장 ‘또 다른 여인’이 아예 번역되지 않은 채 출간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총 4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소설로, 가족 각자의 시선으로 서술된 장 중 엄마의 시점으로 쓰인 4장이 번역에서 제외된 것. 가족 모두가 헌신적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엄마가 실은 꿈 많던 소녀였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가 된 후에도 가슴 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기댈 사람이 필요한 존재였음을 드러내는 이 부분이 없다면 ‘엄마를 부탁해’ 속 어머니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게 된다.

문제를 제기한 김씨는 ‘엄마를 부탁해’ 아랍어 번역본에서 4장이 누락된 이유로 “아랍어권의 종교 또는 문화적 이유로 삭제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번역자만이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맨부커상 수상으로 화제가 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또한 오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 번역가 조재룡 교수를 통해 제기된 ‘채식주의자’ 오역 사례는 주어 혼동 및 구문에 대한 해석이 잘못된 경우가 주를 이뤘다.


소설 속 장인어른의 “이제 너희 걱정은 다 잊어버렸다”를 “Now you’ve forgotten all your worries” (너희들은 이제 모든 걱정을 잊었구나) 로 번역하는가 하면, 원문의 ‘아내가 식성이 좋았다’를 ‘아내는 유능한 요리사였다’고 번역하는 등 오역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이 전혀 다르게 묘사돼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편 한국번역비평학회 회장을 역임한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문학 작품의 외국어 번역을 두고 “우리 문학작품이 외국 사람들에게 각인되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 수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거기에 충격을 주도록 하는 공격적 번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번역어 문화권에서의 통용을 위해, 또는 번역가의 한국어 원문 해독 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한 삭제 또는 생략을 번역가 재량으로 봐야 할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번역인력 부족으로 영어번역본을 중역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촌극이라는 지적과 함께 비영어권 번역인력 양성과 함께 한국문학의 영문번역에도 엄격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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