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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영의 야간비행]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최종수정 2018.04.14 10:30기사입력 2018.04.14 10:30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목차만 보면 단순한 기행문으로 보이는 '슬픈열대'는 세계적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대표작이다. 그는 브라질 원주민과의 만남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며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성을 고발했다.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나치를 피해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그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행된 유대인 핍박과 원주민의 참상을 동일하게 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 이 같은 그의 견해는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상대주의의 토대가 됐다.


1986년 레비스트로스가 일본에서 했던 세 차례의 강연을 담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는 이러한 그의 사상을 맛볼 수 있는 입문서다. 현대 인류학의 거장인 그가 밝혀낸 복잡한 구조주의적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쉬운 언어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한다. 특히 다양성 문제, 진보와 보수 문제, 인종차별 문제 등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인류학이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설명하며 인류학이 현대에 갖는 의미를 밝혀낸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을 인간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려주는 본보기로 보았다. 그는 원시사회도 자체적인 내적 논리와 가족, 사회 구조가 있었으며, 인간 조건의 공통분모라고 볼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원시사회가 본연의 삶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외부의 위협만 없다면 지속될 수 있는 사회임을 밝힌다.


뉴기니가 대표적이다. 선교사를 통해 축구를 배운 뉴기니 사람들은 승자가 나오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패자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경기를 끝낸다. 레비스트로스는 이것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그들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뉴기니 사람들이 수동적이고 무심해 비경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이 때문에 개발과 산업화에 저항한다고 보는 서구의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사는 방식과 가치가 가능한 유일한 것이 아니라고,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 체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문명은 "수많은 다양성이 있는 문화들의 공존을 의미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학이 담고 있는 지혜가 현대사회의 위기에 답하기 위한 대안적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인류학 연구를 통해 쌓인 실제 존재했던 사회와 행해진 경험에 대한 지식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서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과 믿고 있는 가치가 가능한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인류학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삶의 유형과 다른 가치 체계를 통해서도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류학은 우리로 하여금 허영심을 자제하고 다른 삶의 방식들을 존중할 것을 권유합니다. 놀라고 충격을 받거나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을 다른 관습과 관계를 알게 됨으로써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져볼 수 있을 겁니다.(52~53쪽)" 


산업부 기자 hy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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