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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오페라 윌리엄 텔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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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내달 10~12일 공연…오스트리아에 저항한 스위스 이야기 담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립오페라단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로시니의 대작 '윌리엄 텔'을 내달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오페라 '윌리엄 텔'은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쉴러의 마지막 희곡 '빌헬름 텔'을 바탕으로 한다. 13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스위스를 배경으로 독재자의 횡포와 만행에 굴복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싸우는 윌리엄 텔과 스위스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저항하던 3.1운동의 정신과 일제에 조직적으로 항거하기 위해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오페라 '윌리엄 텔'은 1829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긴 공연 시간과 배역의 기교적인 어려움 때문에 세계 무대에서도 자주 만나기 힘든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은 2019년 역사적인 해를 맞아 파리 초연 이후 190년 만에 한국 오페라 무대에서 '윌리엄 텔'을 공연한다.


'윌리엄 텔'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프랑스의 '그랑 오페라(grand opera)' 스타일이 합쳐진 독특한 작품이다. 로시니 특유의 오페라 부파가 가진 경쾌함과 주옥 같은 고난도의 벨칸토 아리아가 주를 이루면서도, 화려하고 극적인 장면을 위해 발레 장면이 필수로 들어가고 대규모 합창단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친숙한 '윌리엄 텔' 서곡은 단 12분이지만 네 부분(프렐류드: 동이 틀 무렵-폭풍우-목가-피날레: 스위스 군인들의 행진)으로 구성돼 오페라의 전체 줄거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스위스의 전원 풍경과 역경을 뚫고 승리를 쟁취하는 기쁨에 찬 민중의 모습을 음악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의 시대적 배경은 윌리엄 텔의 전설이 탄생한 13~14세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으로 설정된다. 불가리아 출신 연출가 베라 네미로바는 "불가리아 역시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어 이번 공연의 취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모든 민족은 자신들만의 윌리엄 텔이 있다"고 했다. 네미로바는 2012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와 2017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발퀴레'를 연출해 최근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오페라 윌리엄 텔 초연' Staatsoper Hamburg_Guillaume Tell 4 ? Brinkhoff M?genburg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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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의상 디자인은 옌스 킬리안이 담당한다. 무대는 스위스의 평화로운 산과 호수를 암시하는 아름답고도 추상적인 유토피아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는 극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벽면으로 분할되며 왜곡되거나 깨진다. 이를 통해 압제자들의 폭력적인 행위가 한 개인을, 나아가 민족의 자유와 인간성, 인권을 어떻게 상처 입히는지를 보여준다.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 텔' 공연에서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마농'으로 호평을 받은 마에스트로 제바스티안 랑 레싱이 다시 지휘봉을 잡는다.


인간적인 고뇌와 분노에 휩싸이면서도 강인함과 따뜻함을 표현하는 주인공 텔 역은 바리톤 김동원과 김종표가 맡고 테너가 낼 수 있는 가장 고음인 하이C음을 스물여덟 번 이상 소리 내야 하는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아르놀드 역으로는 세계적인 테너 강요셉과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가수로 활동 중인 테너 김효종이 무대에 선다.



아르놀드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마틸드 역은 소프라노 세레나 파르노키아와 정주희가 맡아 열연한다. 윌리엄 텔의 아내 헤트비히 역은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맡고 윌리엄 텔의 아들 제미 역은 소프라노 라우라 타툴레스쿠와 구은경이 맡는다. 그 외에도 김요한, 김철준, 전태현, 김성진, 안대현, 손지훈 등 한국 오페라 무대를 이끌고 있는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웅장한 합창, 대규모의 군중장면이 작품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이번 공연에는 국립합창단과 그란데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대작의 전율을 선사한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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