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산업 아우르는 디자이너

정명희 작가 첫 개인전…10월9일~15일 홍익대 현대미술관

최종수정 2018.09.14 15:32기사입력 2018.09.14 10:51
[사진=정명희 작가]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예술은 실용적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내 삶을 얘기해 줄 수 있는 도구죠."

산업디자이너 출신 정명희(41) 작가가 오는 10월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반복: 꽃, 식물 그리고 새(REPEAT: FLOWER. PLANT AND BIRD)'다. 정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각각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뒤 국내외 갤러리에서 제품 전시회와 협업을 이어갔다. 홍익대 등에서 학생들도 가르쳤다.

순수 미술 전공자가 아닌 작가가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지는 건 이례적이다. 정 작가는 "그동안 제품디자인 위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면서도 "산업디자이너들은 보통 컴퓨터를 이용하는데, 저는 직접 드로잉(주로 선으로 그리는 회화표현)이 들어가는 콘셉트라서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디자이너로서 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기쁘다"고 했다.


[사진=정명희 작가]
이번 전시에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드로잉 작품들이 전시된다. 새, 꽃 등 작은 실체를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미니멀한 형태 안에서 '반복성'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를 활용한 패브릭 소재의 핸드메이드 아트백도 눈길을 끈다. 정 작가는 "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해석을 통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했다"면서 "사실적인 부분을 토대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패브릭이라는 소재에 패턴을 입혀 결과물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난해까지 4년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에 주목했다. 팍팍한 서울과 판이한 환경이 세상을 보는 눈에 변화를 줬다. 산업디자이너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작은 꽃 하나도 미미한 존재가 아닌 거대한 우주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정 작가는 "공원을 걷고 책을 읽는 등 일상이 우리에게 주는 경이로움에 감사하게 됐다"며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거나 자연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스스로 휴식과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예술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길 바란다. 산업디자이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한다. 그래서 2016년 영국에서 회사 '안젤라키(ANJELAKEY)'를 세웠다. 자신이 작업한 패턴을 기반으로 핸드메이드 가방을 만든다. 대량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 줄곧 기부를 위한 전시를 마련해 이곳에서만 상품을 판매한다. 지금까지 제작한 가방은 100여 점 이상. 그녀는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저만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가방을 만들었어요. 가볍고, 세탁할 수 있어 국적을 넘어 큰 호응을 얻었네요. 무엇보다 완성된 제 가방을 보는 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 작가는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기록했고, 멈췄을 때 비로소 보여졌던 '녹색의 말걸기'에 답하기 시작했다. 제2 제3의 전시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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