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지휘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를 매일 변화시키는 것"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상임지휘자 성공적 첫 무대

최종수정 2018.09.13 10:34기사입력 2018.09.13 10:34
마시모 자네티(56)가 새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첫 데뷔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취임연주회에서 소프라노 박혜상과 관객의 호응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경기필은 풍부한 음악적 영감과 놀라운 잠재력을 품고 있어요. 앞으로 2년이 무척 기대됩니다." 마시모 자네티(56)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경기필을 탈바꿈하는 중책을 맡았다. 해마다 약 열 차례 경기필을 지휘하며 한국 관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지난 8일과 11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진행된 취임연주회는 경기필의 잠재력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백미는 2부에서 펼쳐진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자네티가 가장 자신하는 곡들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을 러시아의 대담한 멜로디와 힘찬 리듬으로 재구성했다. 자네티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줄여 각 악기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게 했다. 금관과 목관 악기의 절묘한 어울림도 유도했다. 그는 "경기필은 유연한 자세를 지니고 있다. 언제나 상황에 맞춰 변화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강점"이라며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오케스트라들도 유연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자네티는 지휘자의 리더십에 대해 "오케스트라를 매일매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내 생각, 아이디어 등 모든 것을 오케스트라에 집어넣고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겠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처럼 어떻게 소통할지를 찾고 있다."


그는 196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밀라노 음악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알체오 갈리에라와 가브리엘레 벨리니 밑에서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페스카라 고등음악원에서 도나토 렌제티를 사사했다.
자네티는 드레스덴 젬버오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세계 정상급 극장에서 활약했다. 오텔로,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노르마, 알제리의 이태리인, 라보엠,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돈 카를로, 돈 지오바니 등의 작품을 공연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와 모스크바 로스트로포비치 페스티벌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심포니 지휘자 경력도 화려하다. 체코 필하모니, 바이마르 슈타츠 카펠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밤베르그 심포니, 슈튜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 함부르크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영국 버밍햄 심포니, 할레 오케스트라, 뉴질랜드 심포니, NHK 심포니, 중국 필하모니, 타이완 국립 오케스트라 등에서 초청을 받았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세계적 지휘자에게 숙명이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 그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한국은 문화가 많이 다르기에 항상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찾고 있다"고 했다.

자네티는 경기필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단원들의 소통을 시작한 순간이다. "(단원들이) 한국에서는 지휘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문화가 낯설다고 답하더라. 나를 위해 계속해서 말을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음악은 서로 소통해야만 한다."


경기필의 미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단원들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줄 생각이다. "뭘 성취하고 싶은지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말로 꺼내기가 어렵더라. 모든 색채를 실험해 볼 시간이 없었다. 조금씩 색깔을 알아가면서 실험해나가야 할 것 같다. 단원들이 가진 기술은 단순히 잠재력이라고 표현하기가 아까울 만큼 압도적이다.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첫 프레이즈를 연주하자마자 그들에게 매료됐다."

자네티가 이끄는 경기필은 오는 11월말 수원과 안성에서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른다. 슈만 교향곡 4번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 발렌티나 리시차) 등을 연주한다. 매 공연마다 모차르트, 하이든 등 18세기 레퍼토리도 소개할 계획이다. 고전을 잘 연주하면 낭만시대와 후기 낭만시대 음악을 연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적 마에스트로를 데려온 경기필의 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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