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질, 반짇고리...'여공(女功)' 조선 여인의 일과 삶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전시

최종수정 2018.06.11 12:04기사입력 2018.06.11 11:21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길쌈은 여공지사(女功之事)라고 불린다. 백성부터 왕비까지 모든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여사서(女四書), 여훈(女訓) 등 조선시대 여성 교육서에서도 부녀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거론한다. 가정에서의 소비는 물론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 있었다. 길쌈이 여성에게 경제적 의무를 부여했다면, 재봉(裁縫)은 희생을 요구했다. 바느질 솜씨가 인성과 가정교육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일 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일과를 마치고도 밤을 새워 바느질과 다듬이질을 해야 했다.

고단한 삶은 조선의 반짇고리에서 엿볼 수 있다. 여성의 필수품이었던 바늘, 실, 골무, 헝겊 등을 담는 함이다. 바느질 솜씨에 따라 가정교육이나 부덕함을 판단했기에 여성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뤘다. 축척되는 경험은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일상이자 자식과 남편이 성공할 수 있는 구심점이었다. 아울러 소득을 창출하며 가문의 번창에 공헌했다.

조선 여인의 일과 삶을 주체적 행동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전시가 12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 마련된다. '여공(女功), 조선여인의 일과 삶'이다. 여성의 일과 삶을 묘사한 회화자료와 길쌈·식생활 도구, 직물, 자수품, 서적 등 유적 약 아흔 점을 선보인다. 유승희 관장은 "사회적으로 관념화된 조선 여인의 노동을 유물과 자료를 통해 받아들이는 전시"라며 "삶의 한 부분으로써 노동을 받아들인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사상과 풍속은 대부분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유교사상을 사회 규범으로 삼았던 조선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삶을 강조했다. 이런 기준에서 여성이 집안을 다스리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도리였다. 길쌈이나 재봉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의무이자 삶 자체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조선 여인들은 주어진 도리에 따르는 것을 부덕(婦德)으로 여기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진취적인 자세는 운보 김기창이 그린 미인화 '물레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쌈을 하면서 물레를 돌려 실을 짓는 여인을 원색의 색채와 역동적 필치로 표현했다. 19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쌍호흉배(雙虎胸背)'도 빼놓을 수 없다. 무관 당상관의 관복에 부착했던 흉배인데, 용맹함과 힘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수놓았다. 당시 관복은 대부분 집안 여성들이 직접 바느질해 만들었다. 그 솜씨가 좋아 잘 만들어진 옷은 남성사회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거나 가풍을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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