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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 수정, 신성불가침 건드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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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운영 중인 서울 셰익스피어 컴퍼니…28일부터 '베니스의 상인' 올려

"셰익스피어 작품 수정, 신성불가침 건드리는 것" 로렌 애시-모건 서울 셰익스피어 컴퍼니 예술감독(왼쪽)과 마이클 다우니 연출.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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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Not I, but my affairs, have made you wait(내가 아니라 내 일이 너를 기다리게 한 거야)."

로렌 애시-모건(35) 서울 셰익스피어 컴퍼니 예술 감독은 '베니스의 상인' 중 이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라져버린 표현이 아니라 지금도 써먹을 수 있는, 와 닿는 문장들"이라고 했다. 그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셰익스피어가 쓴 원문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서울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2010년 주한 외국인들의 소모임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예술 감독과 연출을 포함, 열아홉 명이다. 애시-모건 감독과 마이클 다우니 연출(44)은 초창기 멤버다. 이들의 공통점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 단원들은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셰익스피어 작품 수정, 신성불가침 건드리는 것" '베니스의 상인' 연습 장면. [사진=로버트 에반스]


단원을 모집하는 데 국적을 따지지는 않는다. 다우니 연출은 "배우 역할의 경우 기본 연기 능력과 의욕이 있다면 문제없이 할 수 있다"며 "심혈을 기울여 뽑아도 항상 연습에 들어가면 한 명 이상은 못하겠다고 하거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의상디자이너는 끝까지 한 경우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예술 감독이 4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단원들 모두 직업이 따로 있다. 다우니 연출은 "성우, 어린이 위한 영어공연 회사, 강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단원 중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옥자'에 출연한 배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구성원들의 목표는 크지 않다. 한 해에 한 번 거르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수정, 신성불가침 건드리는 것" '베니스의 상인' 연습 장면. [사진=로버트 에반스]


이 극단의 가장 큰 특징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17세기 영어 원문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는 점이다. 다우니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쓰인 언어 자체가 품고 있는 함의나 농담,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언어유희 등은 학자와 배우들이 수백 년 동안 연구해왔다. 이 작품들을 공연하는데 현대화하고 수정하는 일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극단 운영은 쉽지 않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권을 팔고 후원계좌도 두고 있지만 빠듯하다. 애시-모건 감독은 "수익이 목표가 아니다. 공연비용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 그는 "클라우드 펀드 사이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또 후원 행사를 열어 짧은 공연 또는 독백낭송 등을 하고 기부도 받는다"고 했다.


어떤 어려움도 이들의 열정을 빼앗을 수 없다. '겨울이야기'(2017), '헛소동'(2016), '타이투스 안드로니쿠스'(2015), '한여름 밤의 꿈'(2014), '햄릿'(2013), '템페스트'(2012), '맥베스'(2011) 등 지금까지 해온 어느 작품도 쉽지 않았다. 애시-모건 감독은 "우리는 주한 외국인이나 한국인을 위해 공연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좋아 모인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뿌리를 내린지 10년를 맞기에 야심만만하다. 애시-모건 감독은 "차기작으로 리어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더 큰 무대에서 훌륭한 배우, 스태프를 꾸려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기를 공부하는 '액팅 워크숍'을 열어 셰익스피어 작품 연기에 관심 있고 능력 있는 이들을 모을 계획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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