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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만화작가 김금숙, '몸의 기억'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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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삶 그린 '풀' 원화전 21일 만화박물관에서 개막

[피플]만화작가 김금숙, '몸의 기억'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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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수습기자] "창작자에게는 풀어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처럼 '절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위안부였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담은 장편만화 '풀'을 그린 김금숙 작가(47)는 "피해 할머니의 고통이 아닌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했다. 20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강한 애정을 보였다. 김 작가의 위안부 관련 첫 작품은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 포스터다. 조 감독으로부터 제작 제의를 받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을 찾아보게 됐다. 풀의 주인공 이옥선 할머니와 인연은 판소리가 맺어 주었다.


"취재원으로 다른 할머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만나 뵈니 치매를 앓고 계셔서 제 책만 두고 돌아왔다. 다음에 갔을 때 이옥선 할머니가 (내가 그린) '꼬깽이'의 판소리 시리즈를 읽고 계셨다. 엣날에 기생들이 부르는 판소리를 들은 기억을 떠올리신 것 같았다."

풀에는 김 작가의 고민이 녹아 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중에 김 작가가 전면에 등장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작가는 "제가 독자를 대신해 할머니께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식"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당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고심한 흔적이 크다. 그는 피해 장면을 직접 그리기 보다는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 할머니의 손을 여러 각도에서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폭력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어떻게 폭력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강인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지만 당시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할머니는 긴장을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는 제 눈을 보지 않는다. '몸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몸의 기억이 담긴 얼굴과 손을 보여주는 게 더 강력하다고 생각했다"


풀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한국의 봄 축제'에서 한국 만화 최초로 전시회를 했다. 오는 8월에는 프랑스, 내년 초에는 이탈리아ㆍ스페인에서 출간된다. 21일에는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풀 원화전'이 개막한다. 김 작가는 "독자들도 긴 호흡으로 할머니들의 인생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김 작가는 풀을 기획할 때부터 원화전까지 염두에 두고 인터뷰 과정에서 받은 편지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모아뒀다. 실제로 이번 원화전에는 풀의 원화와 시나리오를 비롯해 김 작가가 인물의 외형을 고민하며 적어둔 메모 등이 전시된다. 원화전은 '살아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을 부제로 다음달 29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제2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다음달 7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김금숙 작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2004년 한 출판사로부터 만화 번역 제의를 받은 일을 계기로 만화의 매력에 빠졌다. 201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아버지의 노래'를 시작으로 고전을 다룬 '고깽이', 제주 4ㆍ3사건을 그린 '지슬'까지 다양한 주제를 만화로 표현해왔다. 김지희 수습기자 ways@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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