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인정하나 성폭력은 없었다” 이윤택의 항변과 피해자들의 '분노'(영상)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가 19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열린 성폭행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박기호 기자] 설 연휴기간 동안 네티즌의 공분을 이끌어낸 연극 연출가 이윤택(67) 씨의 성추행 폭로에 대해 본인이 입을 열었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낸 이윤택 씨는 고개를 숙이고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300여 명의 취재진 앞에 선 이씨는 먼저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몸을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씨는 성추행은 인정하되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성추행은 맞지만, 성폭행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물리적 방법으로 성폭행 하지 않았다.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 (진위여부 문제는)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여성이 다수에 광범위한 데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난 18년 간 저지른 습관적 행태라고 고백했다.

그는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생활하며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그것이)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다.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며 일부 단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약속을 못 지켰다.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윤택씨는 그간 자신이 맡아 이끌어온 모든 극단, 단체의 직함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는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다. 밀양연극촌도, 연극축제도 다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택 씨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페이스북 폭로 글에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도 전의 일이다. ‘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이 됐다.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게재했다.

이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씨 사건과 해당 단체에 대한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사흘 만에 2만4천 명이 동의한 상황.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17일 이윤택 씨를 제명하면서 “시대적 분위기와 연극계에 끼친 업적을 이유로 지금의 사태를 외면하지 않겠다. 연극계의 ‘미투’ 운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연극계 전체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시는 연극정신이 훼손되는 만행이 자행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