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노태영의 무대읽기]잇따라 오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5초

[노태영의 무대읽기]잇따라 오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 [사진=아츠온]
AD


-올 상반기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편의 뮤지컬로 막 올라
-뮤지컬 '카라마조프', 법정추리극으로 재탄생…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2월 선보이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원작과 차별화 기대

“신도 아무도 건드릴 수 없어 날, 내 돈이 날 지켜줘” 강렬한 빨간색 가운코트를 입은 이가 무대에서 선 굵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거대한 체구와 짙은 눈썹, 덥수룩한 수염, 인상쓰는 표정 등 겉 모습에서도 그가 말한 돈에 대한 집착, 그 이상이 느껴진다. ‘신도 무섭지 않은’ 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의 주인공인 표도르 카라마조프. 배우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JTBC '팬텀싱어2'로 주목 받은 이정수 씨가 살해당한 '악덕 지주' 표도르 역을 소화했다.


음악이 흐르는 뮤지컬 형식이긴 하나 첫인상은 무겁다. 왜 그럴까. 고전으로 평가받는 원작이 주는 영향 때문이다. 톨스토이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마지막 소설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 중고등학교 시절, 꼭 문학 소년 또는 소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작품이다. 널리 알려진 고전인 만큼 뮤지컬 소재로 다소 식상한, 원작의 방대함과 깊이에 외면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뮤지컬 ‘카라마조프’의 대본을 맡은 정은비 작가는 “고전의 힘은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한다”면서 “러시아란 나라의 색채가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개인적으론 '한의 정서' 등 내면적인 비슷함 때문에 러시아 문학 작품이 우리나라에 계속 소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태영의 무대읽기]잇따라 오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 [사진=아츠온]


지난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방대한 원작의 소설 내용 중 아버지의 존속 살해 재판 부분에 집중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법정추리극’ 형식을 취한 게 돋보인다. 아버지 표도르의 죽음 앞에서 3명의 형제들의 엇갈리는 내면묘사가 중심 축이다. “인생은 도박판, 진실과 거짓말”(첫째 드미트리),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 뭐든 해도 돼”(둘째 이반), “보이지 않아도 존재해, 보이지 않는 걸 믿어”(셋째 알렉세이). 아울러 “아무리 씻어내도 난 얼룩진 아이”(하인 스메르), “어떻게 동전의 한 면만 보고 말할 수 있을까요”(드미트리 약혼녀 카챠), “난 누구의 것도 아니야”(표도르의 애인 그루샤) 등 주변인물들의 감초 연기도 전체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죽인 진범을 찾는 게 핵심이 아니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과연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죽인 범인이 누구지”란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공연을 모두 보고 나면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도 범인일 수 있다”란 점에 주목하게 된다. 정은비 작가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몇년간 우리 사회에 있었던 많은 이슈들이 결국 대다수 무관심 속에서 잊혀간다. 그 점을 짚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동 연출 중 한 명인 박소영 씨도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여러번 떠올렸다”면서 “뉴스 속보로 전원 구조라는 말을 듣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곧 그게 아님을 모두 알게 됐다. 이 사건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닌 우리 모두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언급했다.


[노태영의 무대읽기]잇따라 오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 [사진=아츠온]


또한 작품에서 무대 장치 등도 기존 뮤지컬과 차별화된다. 법정추리극을 표방한 만큼 하나의 법정 세트에서 모든 서사가 이어진다. 인물과 인물사이의 관계, 현재와 과거 재현이 고정된 한 무대에서 이뤄진다. 공동 연출한 허연정 씨는 "이번 공연은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치인) 암전 또는 장면 전환이 거의 없다"면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작 배경이 러시인 만큼 선술집과 남녀의 밀당 부분에서 러시아 민속 풍의 선율이 흐르기도 한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2017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젊은 작품’이다. 지난 해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공모전에 선정되어 리딩공연을 올렸을 당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아쉬운 점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는 1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노태영의 무대읽기]잇따라 오르는 뮤지컬 '카라마조프'


2월에는 같은 원작 소설의 뮤지컬이 또 한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아버지 표도르와 네 형제까지 5명의 한정된 배우만 등장시켜 1시간40분 동안 극을 팽팽하게 이끌어갈 예정이다. 원작 속 ‘대심문관 편’을 중심으로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특히 악마의 역할이 기존 원작과 어떻게 다를 지 주목된다. 제작사인 수현재컴퍼니 김수진 PD는 “작년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한 이후 완성도를 높여 왔다”면서 "원작의 깊이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차별화되는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6년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 수현재컴퍼니와 김경주 작가, 이진욱 작곡가, 오세혁 연출이 힘을 합쳐 2017년 2월 1차 쇼케이스, 같은 해 10월 2차 쇼케이스를 거쳐 완성도를 높여왔다. 2월 10일 수현재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문화부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