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서의 On Stage]수녀들의 반란…男보다 뜨거운 워맨스

전세계 600만 뮤덕 홀린 '시스터 액트' 첫 내한무대

최종수정 2017.12.07 14:50기사입력 2017.12.07 09:00 장인서 문화레저팀 기자
영화와 차별화된 넘버·댄스 신선
반짝이 수녀복·LED 무대연출 눈길
수녀 합창단, 24년전 그 감동 그대로
언니들의 사랑·우정 모든 세대 공감
영화 주연 우피 골드버그가 제작
김소향, 동양인 최초 캐스팅 화제


뮤지컬 '시스터 액트' 첫 내한공연 모습.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가녀린 체구에 해사한 얼굴. 신비로운 미소까지 겸비한 상상 속 수녀는 어디로 갔나. 이모처럼 푸근한 체격에 까맣고 친근한 얼굴. 상머슴 같은 거친 말투와 행동으로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 그녀가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로 돌아왔다. '흥(興)'의 화신인 주인공 '들로리스'는 요즘 말로 스웩(swagㆍ건들거리는) 넘치는 삼류 가수다. 그녀의 뜨거운 에너지는 24년 전 영화에서나 2017년 무대에서나 전염성이 강하다. 화려한 비주얼에 놀라고 신나는 음악에 흥겹고 따뜻한 인간애에 눈물겹다. 또 한 번 그녀를 보고 싶은 이유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 600만명 이상이 관람한 흥행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첫 내한무대다. 아시아투어 가운데 하나로 지난 5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필리핀, 중국, 일본을 거쳐 한국 관객과 만났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한국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김소형이 아시아인 최초로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에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원작은 2006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극장에서 초연됐다. 영화의 주연이었던 코미디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를 맡고 연출가 제리 작스와 영화음악의 거장 알란 멘켄 등이 참여한 명작이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첫 내한공연 모습.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개막한 시스터 액트는 반짝거리는 질감의 거대한 수녀상이 있는 중앙무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좌우 벽을 장식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는 천주교 성당에 들어온 것처럼 경건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어 시작되는 무대는 인물들의 개성과 다채로운 의상, 감각적인 노래들로 눈과 귀를 붙든다. 영화팬들이라면 다 아는 뻔한 전개. 하지만 영화와 차별화된 넘버(노래)와 댄스 등 뮤지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해석으로 신선함을 놓치지 않았다. 스크린을 뛰쳐나온 수녀 합창단은 가까워진 거리만큼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
뮤지컬의 줄거리는 영화와 같다.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는 암흑가의 거물인 커티스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다. 잡히기만 하면 당장 목숨이 위험한 상황.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는 경찰에 신고한 뒤 증인이 되는 조건으로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경찰이 그녀를 외부와 단절된 수녀원에 숨기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수녀로 변장한 들로리스는 수녀원의 엄격한 생활방식과 보수적인 수녀원장의 감시 아래 답답함을 느끼며 몸부림친다. 수녀원에서 매일 말썽을 피우던 어느 날 그녀의 손에 성가대 지휘봉이 주어진다. 그녀만의 넘치는 에너지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어느덧 동료 수녀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성가대의 공연은 재미있고 파격적인 콘셉트로 세간에 알려지지만 그녀의 위장이 들통나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불러들인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첫 내한공연 모습.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은 수녀원 생활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들로리스의 이야기를 유지하되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각 캐릭터의 매력을 강화했다. 연출가 작스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들로리스는 동료 수녀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면서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그녀 또한 자기의 목소리를 찾는다"면서 "사랑과 우정 같은 보편적인 가치가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아나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됐다"고 했다.

영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푼젤'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작곡가 멘켄은 디스코와 가스펠, 블루스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들로 무대를 채운다. 들로리스가 수녀 합창단의 음악적 재능을 끌어내 유쾌한 합창의 무대를 만드는 '목소리 높여(Raise Your Voice)', 자신감을 얻은 수녀들이 원장 수녀 앞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는 '천국으로 데려가줘요(Take Me to Heaven)' 등 히트 넘버들이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견습 수녀 로버트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전하는 '이런 인생 처음이에요(The Life I Never Led)', 극의 엔딩을 장식하는 '사랑을 나눠요(Spread the Love Around)'는 유쾌함 뒤에 숨은 진정성을 끌어내 보여준다.

동양인 최초로 뮤지컬 '시스터 액트' 수녀로 캐스팅된 배우 김소향.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예상치 못한 의상은 무대의 활력을 더한다. 절제와 청빈을 상징하는 수녀복은 반짝이 드레스 못지 않은 화려함으로 중무장했다. 의상 디자인을 맡은 레즈 브로덜스튼은 흰색과 검은색 외에 빨강ㆍ파랑ㆍ보라 등 화려한 색상과 무늬가 들어간 과감한 디자인을 더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수녀복을 만들었다. 커다란 하트 장식과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은 LED 패널로 구현된 무대세트, 폭발적인 가창력과 시너지를 이루며 축제의 환희를 선사한다.

들로리스 역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데네 힐이, 커티스 역은 뮤지컬 배우 브랜든 고드프리가 맡았다. 원장 수녀 역에는 레베카 메이슨 와이갈이, 오하라 주교역에는 케빈 오닐이 출연한다. 동양인 최초 수녀로 캐스팅된 김소향이 맡은 로버트 역은 자신에게 숨겨진 강인한 내면을 깨달은 뒤 눈에 띄게 성장하는 인물이다. 김소향은 3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배역을 따냈다. 그는 "사랑스럽고 용기 있는 캐릭터인 메리는 누구나 탐낼 만한 역할이다.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자란 덕분에 로버트의 모습을 더 쉽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면서 "극 후반부에서 친구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내년 1월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옛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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