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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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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아리바우길 5코스 안반데기~고루포기산~대관령휴게소 (11.3km)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5코스는 노동이 일군 삶의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자 백두대간을 품은 길이다. 피득령에서 멍에 전망대로 가는길에 바라본 안반데기는 수시로 구름이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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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멍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반데기가 구름에 갇혀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해발 1100m에 자리한 안반데기는 수시로 구름이 넘나든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달라졌습니다. 강렬하게 여름을 달군 태양이 한풀 꺽이고 있습니다. 폭염의 기억을 털어내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할 때입니다. 처서를 앞두고 가을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원시림 같은 산길을 굽이굽이 휘감아 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하늘 아래 첫 동네'로 갑니다. 해발 1100m에 자리한 동네는 기세등등했던 올 여름 더위도 잊고 지낸 곳입니다. 비탈진 능선을 따라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배추밭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춤을 춥니다. 구름이 수시로 넘나드는 광활한 배추밭은 우리네 삶이 일군 가장 감동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5코스인 강릉 안반데기 이야기입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9개 코스에 총 연장 131.7㎞에 달하는 역사ㆍ문화ㆍ생태 탐방로입니다. 가장 강원도다운 길이기도 합니다. 이중 가을여정의 시작은 5코스 안반데기와 고루포기산입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걸렸다. 한 낮의 열기는 여름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하늘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아리바우길 4코스 종착지인 도암댐을 지나 안반데기로 간다. 깊은 골짜기가 용트림하는 송천을 지나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5코스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안반데기 구간이 약 5㎞에 이르고, 나머지 약 7㎞ 구간은 백두대간이다. 길은 광활한 안반데기와 고루포기산(1238m)으로 연결되는 오솔길을 지나 능경봉(1123m)을 거쳐 대관령 휴게소(835m)까지 이어진다.


안반데기로 드는길은 우거진 원시림이다. 여름날의 폭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짙은 그늘이다. 양옆으로 우람한 적송이 굴참나무며 신갈나무 같은 활엽수들과 어우러져 있다. 숲을 지나면 해발 1100m에 자리한 마을에 닿는다. 안반데기의 행정명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의 '안반'이란 떡메를 내려칠 때 받치는 판을, '데기'란 둔덕을 뜻하는 '덕'의 강원도 사투리다.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지대이기도 하다.


피득령에 올라서면 배추 경작지가 눈에 들어온다.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과 푸릇한 배추밭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고 바람은 싱그럽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사방 거칠 것 없는 모습은 압권이다. 안반데기는 우리네 삶이 일군 가장 감동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그중 최고라면 아침 햇살이 퍼질 때 온통 붉게 물드는 구릉과 그 뒤로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에 고인 구름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이런 풍경 앞에서 '장엄하다'는 표현은 전혀 손색없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요즘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졌다. 한여름에도 덥지 않은 명소로 알려진 탓도 있지만 배추밭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풍광이 더 큰 이유다. 안반데기에서는 추석 전에 배추를 수확한다. 이맘때 올라와야 산비탈의 배추밭의 장관을 맛볼 수 있다. 고랭지 양배추 수확은 이번주부터 시작됐다. 수확이 끝난 배추밭도 나름 운치있다. 하지만 안반데기의 40여년 전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1965년 정부가 국유지 개간을 허가했지만 돌투성이의 거친 밭은 호미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곡괭이와 호미만으로 산자락에 계단식 밭을 일궈 냈다. 시간이 흘렀고 주민들의 눈물과 땀으로 개간한 땅은 지금 배추가 자라는 풍요로운 밭으로 변했다. 생계를 장엄한 풍경으로 이뤄 낸 주민들의 노고는 걷는 내내 감동으로 밀려온다.


갑자기 바람이 사나워졌다. 온갖 형상의 구름이 배추밭을 기웃거리던 풍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구름안개가 몰려왔다. 안개를 뚫고 멍에전망대를 오른다. 풋풋한 생동감이 사라진 자리에 고요한 적막감이 가득하다. 멍에전망대 이름엔 사연이 절절하다. 멍에는 소가 밭갈이 할 때 쓰는 쟁기의 한 부분이다. 지난 날 소와 한 몸이 되어 이 험한 밭을 일구던 화전민들의 애환과 개척정신을 기리고자 밭갈이에서 나온 돌을 모아 쌓은게 바로 멍에전망대다.


전망대를 나와 멀리 골짜기 너머로 보이는 백두대간을 향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안반데기 구간을 지나면 이제부터 백두대간길이다. 고루포기산으로 접어드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5코스의 종점인 대관령휴게소가 나온다.


고루포기산에서 대관령휴게소까지 가는 길은 7km 정도. 이 구간이 올림픽 아리바우길에서 유일한 백두대간 구간이다. 그래서 5코스는 올림픽 아리바우길 코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한다. 그러나 해발 1000m 이상 높은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인지 걷기 쉽다. 그리 평탄하지도 그렇다고 험준하지도 않은 산마루를 따라 오르다보면 백두대간이 품고 있는 숲길이 나타난다. 숲길은 울창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나무가 빼곡하다. 걷다보면 늦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이제 가을이 오나보다.


강릉=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안반데기는 평창 쪽이나 강릉 쪽에서도 갈 수 있지만, 수도권 인근에서 출발하면 평창군 대관령면 쪽이 편하다. 용평리조트 방면으로 가다 리조트 입구 삼거리에서 도암댐으로 직진한다. 댐 못 미쳐 왼쪽 편으로 고갯길이 나타난다. '안반데기'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길을 걷지 않더라도 안반데기만 둘러보고 오는것도 추천할 만하다. 마을엔 숙박시설이 1곳뿐이다. 시설도 3개 동에 불과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숙박시설은 멍에전망대와 1㎞ 거리에 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하늘아래 첫 동네, 삶이 일군 풍경따라 가을이 온다



△먹거리=횡계에 몰려있다. 오징어와 삼겹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워 내는 오삼불고기와 황태구이ㆍ황태국이 유명하다. 오삼불고기는 '도암식당'이 알려져 있다. 황태구이나 황태국을 맛보려면 '황태회관'이 이름났다. 이촌쉼터는 감자옹심이, 손칼국수, 메밀부침개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볼거리=대관령 하늘목장을 비롯해 양떼목장, 삼양목장이 있고, 선자령 트레킹, 체험마을인 바람마을의야지,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대 등도 주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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