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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도 기억하자"…재난재해 현장 ‘다크 투어리즘’ 명소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초

일부선 흥미위주 상품화 비난, 윤리문제 비화하기도

"아픈 역사도 기억하자"…재난재해 현장 ‘다크 투어리즘’ 명소화 폭파 후 처참한 모습의 체르노빌 원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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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방문객이 침체된 전라남도 진도군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명소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재난, 재해가 일어난 장소를 관광상품으로 승화시키는 개념으로 그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도과 상업적 목적이 결합된 것이다.

진도군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방문객이 급감했다. 그나마 육지 관광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진도 대표관광지로 꼽히는 '조도'로 가는 여객선 승선장 팽목항은 참사 전 연간 21만명에 달했던 방문객이 지난해 8만7000여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비 270억원을 들여 팽목항 부근에 국민해양안전관을 세워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국내에는 제주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다크 투어리즘 코스’도 존재한다. 4·3사건이 벌어졌던 송악산 해안 특공기지부터 알뜨르 비행장까지 올레 10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다. 현장 사이사이에 희생자추모비, 역사적 의미가 담긴 예술작품 등을 설치해 역사적 교훈과 관광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 외에도 서대문형무소,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5·18 민주묘지 등도 다크투어리즘 명소로 거론된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았다. 1996년 처음 정의된 다크 투어리즘은 2000년 영국 스코틀랜드 한 대학 교수진이 ‘다크 투어리즘’이란 책을 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고, 그 이후에는 각종 일간지가 ‘세계 다크 투어리즘 10대 명소’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00만명이 학살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추모하는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등이다.


하지만 다크 투어리즘이 꼭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해 이들을 추모하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이나 반성, 교훈을 심어줄 수 있는 모든 장소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가 될 수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 큰 지진을 겪은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등이다.


다만 다크 투어리즘이 상업적인 목적을 담는 것을 비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크 투어리즘이 익스트림 투어리즘(위험한 장소에 가거나 위험한 활동에 참여하는 여행)과 결합해 사건 희생자에 대한 추모나 교육성을 배제한 채 흥미 위주의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1986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은 일부 출입이 허가된 이후 상업적인 목적만을 가진 관광업체들의 자극적인 투어들이 성행하면서 사회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윤리적 논쟁이 불거진 적도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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