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만리]한 장 남은 달력, 목포행 세밑여행

전남 목포-아쉬움 뒤로해…목포의 이별은 왜 이리 붉은가

최종수정 2017.12.06 12:38기사입력 2017.12.06 11:00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사진부
이맘때 여행지로 바다만한곳도 없을 것이다. 한 해의 저무는 해와 새롭게 희망을 품고 솟아오르는 일출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뭉클하고 감동적이다. 목포로의 여행은 이 모든것을 충족한다. 사진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하도 낙조(사진 위쪽)와 유달산 정자에서 본 일출(아래).

유달산 자락에서 만난 풍경

갓바위
남진야시장(자유시장)
목포 앞바다를 물게 물들인 아침 노을
목포 근대역사관
목포대교 야경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고하도 용머리길에서 바다를 뜨겁게 달구며 넘어가는 황홀한 낙조를 만났습니다. 이글거리는 해가 차가운 남쪽바다로 잠겨가는 낙조의 짧은 순간은 어찌나 황홀하든지요.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가 다 넘어가고 나서 붉은 기운이 남아있는 수면 위로 온 하늘이 붉게 물들 때가 더 뜨겁고 화려했습니다. 저물어가는 마지막 빛은 이토록 아름답습니다. 어느덧 달력은 한 장만 남았습니다. 이제 불과 스무날 남짓. 숨고르기를 할 시간입니다. 잠시 한 박자 쉬어 갈 때입니다. 이번 여정은 전남 목포입니다. 오후 햇살에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와 일제 개항 무렵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풍경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옛 골목길을 걸으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측음기를 타고 들리는 듯합니다. 곳곳에 둥지를 튼 개화기 건물엔 역사의 향기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목포의 아이콘이자 영혼이 쉬어가는 산, 유달산도 올라 보시길 바랍니다. 다도해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유달산 일출은 낙조와는 또 다른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목포 5미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세발낙지, 홍탁삼합, 먹갈치, 꽃게장 등은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저무는 것들의 아쉬움과 동행하는 목포행 열차에 몸을 실어보십시요.

목포여행에서 가장 먼저는 할 것은 근대사 흔적들을 찾는 것이다. 목포 시내 번화가는 크게 유달산 주변 구도심과 바닷가를 메워 개발한 하당 신도심으로 나뉜다.

구도심의 유달산 자락 골목에 문화재로 등록된 근대 유적들이 많다. 근대문화유산 박물관으로 불러도 손색없다. 일제 수탈의 대명사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현 목포근대역사관)와 옛 은행 건물들, 일인들이 살던 2층 주택과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식 정원(이훈동 정원)도 남아 있다.
목포근대역사관으로 갔다. 일장기를 상징하는 태양과 벚꽃 무늬를 새긴 2층 석조 건물에 일본인들이 활보하는 목포 옛 거리와 체포된 독립군들에 가한 일제의 만행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처참하게 유린된 군대 위안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근대역사관 인근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 있다. 목포를 기점으로 서울을 지나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1번 국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가 시작된다. 일제가 전국에서 수탈한 물자를 나르기 위해 만든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국도 1, 2호선 기점 위쪽의 언덕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옛 일본영사관이 있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이다. 1897년 목포가 개항되면서 일본이 영사 업무를 하던 곳. 일본은 영사관을 중심으로 도로를 정비했고, 일본 상인들도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사관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일본인이 모여 살던 지역과 산비탈에 둥지를 튼 조선인 거주 지역이 확연히 다르다.

유달산(228m)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가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유달산은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땅 끝 산이다. 유달산(儒達山)의 본래 이름은 놋쇠 유(鍮)자를 쓴 유달산(鍮達山).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등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아침햇살에 젖어 놋쇠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들머리는 노적봉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적은 숫자의 군사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 봉우리를 이엉으로 덮어 군량미를 쌓아놓은 노적처럼 보이게 했다고 해서 노적봉으로 불린다. 원래 유달산과 노적봉은 한 줄기였으나 일제가 목포의 기를 끊기 위해 도로를 내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둘로 나뉘어져 있다. 노적봉의 봉우리가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는 듯 한 모습을 연상한다고 해서 최근 '큰바위 얼굴'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유달산에는 달선각을 비롯해 모두 5개의 정자가 다도해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다. 동백나무 군락지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대학루는 삼학도로 변한 세 처녀의 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정자. 대학루에 오르면 육지로 변했다가 다시 섬이 된 삼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일출도 황홀하다.

유달산을 나와 용을 닮은 고하도로 간다. 활처럼 휘어 목포 앞바다를 감싸고 있다. 섬의 끝자락 '용오름'까지는 약 3㎞.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왕복 약 2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고갯마루에 서면 유달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남정네 '알통'을 닮은 암릉들이 여기저기 솟았다. 걷는 동안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목포항, 삼학도, 목포대교 등이 죄다 눈에 담긴다. 특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다.

목포의 별미를 즐겨볼 차례다. 서남해안 인근은 다도해와 차진 갯벌로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많은 해산물 가운데 세발낙지, 홍탁삼합, 꽃게무침과 꽃게장, 먹갈치, 민어회가 목포 5미다.

목포 낙지는 펄 낙지가 주류를 이룬다. 목포는 신안, 무안 등 주변에 대단위 갯벌이 발달해 늘 싱싱한 낙지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고운 펄을 삽으로 뒤져 잡아낸 펄 낙지는 주낙으로 잡은 낙지에 비해 다리도 길고 맛 또한 뛰어나다.

홍탁삼합은 목포 5미 중에서도 대표음식이다.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함께 먹는다. 삭힌 홍어의 알싸한 맛과 돼지고기의 담백함, 묵은 김치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꽃게 요리는 꽃게무침, 간장게장, 꽃게살 등이 대표적이다. 간장게장은 기본, 매운 양념이 가미된 꽃게무침, 살만 발라 양념을 더한 꽃게살은 최고의 밥도둑이다.
갈치는 크게 먹갈치와 은갈치로 나뉘는데, 목포에서는 먹갈치를 으뜸으로 친다. 사실 그물로 잡느냐 낚시로 잡느냐가 다를 뿐, 맛은 같다. 갈치는 얼큰하고 짭조름한 조림과 두툼한 살의 고소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구이로 맛볼 수 있다.

목포=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종점까지 가면 목포 나들목이 나온다. 목포행 KTX열차를 이용해 시티투어를 타고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 △볼거리= 관광은 유달산권, 삼학도권, 갓바위권, 북항권, 고하도권으로 나뉜다. 목포역에서 5분 거리에 근대역사관, 구일본영사관, 동양척식회사 등 근대문화 역사가 몰려 있는 유달산권이다. 이외에도 갓바위, 삼학도, 이난영공원(사진), 온금동 다순구미마을, 목포대교, 고하도용머리길, 남진야시장 등이 있다.

먹갈치 △먹거리=목포5미와 함께 참조기도 유명하다. 평화의 광장에 있는 해촌의 바지락초무침도 지역민들이 꼽는 맛집이다. 이밖에도 목포 죽동에 있는 분식집 '쑥꿀레'는 60여년전 목포여고생들의 추억의 간식인 쑥꿀레를 판다. 전국 5대빵집으로 불리는 코롬빵제과점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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