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로에 선 송도개발-上]美투자사 게일의 먹튀… 안갯속 갇힌 송도IBD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8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기로에 선 송도개발-上]美투자사 게일의 먹튀… 안갯속 갇힌 송도IBD 포스코건설과 게일은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도시 건설을 목표로 574만㎡ 부지에 총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나섰지만 개인의 일탈 행위로 인해 10년 넘게 진행된 이 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송도국제업무단지 전경.
AD


포스코건설이 사업자 교체라는 강수를 통해 송도개발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5년 송도 개발을 함께 해 온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게일인터내셔널(게일)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지 3년 여 만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암초는 여전히 산재돼 있다. 게일이 송도IBD 사업을 주도한 3년간 과도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과 새로운 글로벌투자사는 국내 기관들은 물론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기업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확산되지 않게 노력을 기울여야될 상황이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015년 7월 이후 중단된 송도국제업무단지(Songdo International Business District, 이하 송도 IBD) 개발사업의 새로운 출발이 쉽지만은 않다. 포스코건설은 2002년부터 송도IBD 개발사업을 함께 해 온 게일과 결별하고 새 투자자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ACPG(Asia Capital Pioneers Group), TA(Troika Advisory)와 사업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주주사간 갈등으로 장기간 차질을 빚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사업자 교체라는 새 국면을 맞은 셈이다. 앞서 포스코건설과 게일은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도시 건설을 목표로 574만㎡ 부지에 총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위해 2002년 3월, 3대 7 비율로 출자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ew Songdo International City Limited Liability Company, 이하 NSIC)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는 순탄했다. 2005년 송도IBD 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공동주택 '더샵 퍼스트월드'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후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하는 37만㎡의 송도중앙공원, 미 명문 사립학교 채드윅이 운영하는 송도국제학교, 유럽풍 스트리트 몰(mall)인 커낼워크(Canal Walk), 세계적 수준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등이 잇따라 건설됐다. 송도IBD 주변부에도 개성있는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송도는 국내 CF와 드라마 촬영 명소로 각광을 받기까지 했다. 더욱이 녹색기후기금(GCF)과 세계은행이 입주해 전 세계에 국제도시 송도의 위상이 알려졌다.

[기로에 선 송도개발-上]美투자사 게일의 먹튀… 안갯속 갇힌 송도IBD


◆수익은 따로 세금은 같이= 그러나 정상 궤도를 밟던 송도IBD 개발사업은 2015년 7월 스탠 게일 회장 개인의 미국 내 세금 문제로 어이없는 중단사태를 맞았다. 미국 세무당국이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에게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양측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송도IBD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일은 포스코건설도 NSIC의 주주인 만큼 세금을 분담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발이익에 대한 배당 유보와 주주사 간 이익불균형을 문제 삼은 것도 이때다. 포스코건설은 "게일 회장의 개인 세금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불가하므로 세금에 대한 이연 방안을 협의하고 개발이익 배당 등에 대해서는 정부 승인을 얻기 위해 공동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합의를 하지 못했다. 게일은 이어 포스코건설에 세금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2015년 9월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에도 나섰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2017년 9월 최종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양측간 갈등은 업무상 배임, 사기, 횡령 등 각종 고소전으로 이어졌고 신규 사업까지 줄줄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송도 개발사업은 진행률 68% 수준에서 멈춰섰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사업구역의 PF를 대위변제했는데 NSIC가 해결할 줄 알았던 다른 구역의 PF까지 떠안으면서 회사에 부담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합작계약서도 일방 해지… 하늘에 뜬 송도= 세금 문제 후 게일과 포스코건설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송도 패키지 5ㆍ6 부지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PF 대출(1조1600억원) 만기를 앞둔 2016년 12월 포스코건설은 게일과 송도IBD 사업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합의에 따라 포스코건설의 지급보증으로 1조1600억의 PF리파이낸싱이 이뤄진 다음날 스탠 게일 회장은 "포스코건설이 GIK에 배당금을 즉시 지급하지 않았다"며 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어 게일 회장은 NSIC 법인인감 임의변경 등을 통해 사업 재개 자체를 무효화했다는 게 포스코건설 설명이다. 포스코건설은 게일사에 합의 내용에 따른 사업재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게일은 지난해 6월 포스코건설에 2002년 3월에 체결했던 'NSIC 합작계약' 마저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2015년 세금문제서 비롯된 양측간 갈등이 결국 2여년 만에 결별로 마무리 된 것이다.


양대 주주의 갈등으로 24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의 중단이 장기화되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도 중재에 나섰다. 2017년 10월 포스코건설과 게일은 인천경제청 중재로 '포스코건설이 송도IBD 사업에서 짊어지고 있는 2조6000억원 규모의 재무적 부담(PF 대출금 보증 약 1조4000억원ㆍ공사비 미수금 약 7200억원ㆍ대위변제금 약 4200억원)을 게일이 2017년 12월 11일까지 일시에 해소하는 대신 포스코건설이 송도IBD 사업의 시공권을 반환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게일은 협의 내용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


◆"정상화 의지 없어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새 투자자를 찾기 직전인 지난달 초 송도 3공구 내 주택건설사업을 두고 또 게일측과 충돌했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이 3대7의 비율로 출자한 합작회사 NSIC가 인천경제청에 3공구 내 F20ㆍF25블록 주택건설사업 계획 취하를 신청한 게 발달이었다. 포스코건설은 뒤늦게 대응하며 사업 정상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인천경제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승인이 난 사업을 취하한 NSIC의 결정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NSIC가 사업계획 취하 신청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송도 개발 사업은 난항을 겪을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NSIC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승인받은 F20ㆍF25블록 주택건설사업계획 취하를 신청해 사업 지연과 1000억원대 재정손실을 입게 됐다"면서 "최악의 경우 다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송도 개발이 완전히 멈춰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기로에 선 송도개발-上]美투자사 게일의 먹튀… 안갯속 갇힌 송도IBD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