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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르포]줄서는 명동·한산한 강남…'다이궁'에 울고 웃는 면세점(종합)
최종수정 2019.02.13 14:56기사입력 2019.02.13 14:56
12일 오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조목인 기자] 12일 오후 1시20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중국인들로 북적였다. 지하1층에서 면세점이 있는 10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만원이었다. 정원 초과를 알리는 경고음이 연신 울렸다. '다이궁'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결집하는 오전 시간도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큰 캐리어와 수십장의 영수증을 손에 쥔 다이궁들이 눈에 띄었다. 핸드폰으로는 실시간으로 주문을 체크하기도 했다. 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크리스챤 디오르, 클라란스 등 선물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 앞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앞.

비슷한 시각,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명동지역 면세점과는 달리 한적하고 썰렁한 모습이었다. 매장 1~3층을 통털어 중국인들은 10여명에 불과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지하1층 면세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나홀로 서있는 대형 아이언맨이 처량해보일 정도. 10여분 동안 여성 한 명이 아이언맨 사진을 찍고 간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있는 중국인들은 개인 관광객(싼커)들로 혼자 면세점을 둘러보거나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생로랑 매장도 휑하기는 마찬가지. '선불카드 할인혜택' 등 각종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안내하는 문구들이 중국어로 큼직하게 붙어있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1, 2층은 간간히 중국인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3층은 걸어다니는 게 민망할 정도로 적막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귀가 아프게 들려오는 중국어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면세점 1층에서 유모차를 밀고 친구와 함께 걷고 있던 한민주(32) 씨는 "백화점에 들렀는데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면세점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러 잠깐 와봤다"면서 "생각보다 조용해 놀랐다"고 귀띔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엘리베이터 옆 안내데스크 쪽에 마련된 휴게공간에는 20대 중국인 여성이 혼자 앉아 브로셔를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구매한 물품은 없었다. 영어로 중국인인지를 묻자 "영어를 못한다"고 손사레만 쳤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던 중국인들 중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윈도우 쇼핑만 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강남권 면세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내 8~10층을 쓰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후 시간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한산했다. 명품 가방과 시계, 구두 브랜드가 입점한 8층은 고객이 20~30여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뷰티 매장이 상대적으로 붐비는 편이었지만, 손에 영수증 다발을 든 다이궁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녔던 강북 면세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로랑, 클라란스 등 중국인들이 선물로 선호하는 브랜드 매장 앞에도 줄은 커녕 손님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과 함께 코엑스권으로 분류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역시 썰렁했다. 입구에는 '코엑스점 방문시 택시비 영수증을 제시하면 당일 사용할 수 있는 1만원 선불카드를 준다'는 이벤트 배너가 붙어있었지만, 정작 매장으로 내려가 보니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10~20명의 손님이 물건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였고, 명품 가방 매장도 한산했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다이궁들이 강남권까지 굳이 면세 쇼핑을 오려 하지 않는다"며 "택시 비용을 지불하거나 가이드 인센티브를 올리는 것 역시 고육지책척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털어놨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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