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신한류 모색하다]인재·시스템·지원 삼박자로 '新중동특수' 기대
최종수정 2018.12.05 14:24기사입력 2018.12.05 13:00
국내 건설업계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 몇년간 건설업계 호황의 배경이 됐던 저금리와 규제 완화는 금리인상과 규제 강화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버티고 있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 시점,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할 곳은 해외다. 그간 쌓은 경험과 보장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강화, 건설업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물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유럽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 저가 수주를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ㆍ동남아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등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재와 시스템, 지원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아시아경제는 중동,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주요 해외 건설 사업장을 현지 취재하고 심화되는 경쟁 속 한국건설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유가급락·中저가공세로
중동 발주시장 갈수록 위축
국제유가 2년 후행 건설경기
올보다 내년 회복세 기대
기술력·가격만으론 수주 한계
단순 EPC프로젝트 방식 탈피
신도시 개발노하우 활용 등
PMC 사업으로 보폭 넓혀야

[두바이(아랍에미리트)ㆍ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이제는 웬만한 기술력이나 저가 수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건설사 임원의 얘기다. 한 때 수주시장의 '오아시스라' 불리던 중동이 예전같지 않고 경쟁도 치열해져 공사를 따내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과거 쿠웨이트와 두바이 등의 도심 곳곳에선 국내 건설사들의 로고가 새겨진 공사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엔 중국 업체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액은 2010년 472억달러(한화 약 52조52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45억달러(16조1300억원)까지 약 69% 급감했다. 2010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였으나 지난해 50%까지 축소됐다.

중동시장이 급변하게 된 결정적인 변수는 유가다. 2016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 급락으로 중동 발주시장이 급격히 축소된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이어지자 기술적 우위에 서있던 국내 대형 건설사들마저 생존 위기에 봉착했다.

수주 여건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중동 현지에서도 조만간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서서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국제유가 덕분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회복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올해 8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정치적 이슈로 유가가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건설 수주경기는 국제유가를 2년에서 2년반 후행한다. 따라서 올해보단 내년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건설담당 연구원은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내년도 예상 수주액은 올해 대비 135%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유가 회복과 경제 개혁, 재정여건 개선, 석유화학산업 투자 등으로 중동지역 수주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들어 중동수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를 대변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중동수주액은 38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7% 감소했으나 전날 기준으론 86억달러로 감소폭이 18% 수준까지 좁혀졌다. 해외 수주를 담당하는 한 건설사 직원은 "최근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프라 투자나 신도시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과거보다는 많이 나오고 있다"며 "도전하다보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국내 건설사의 지역별 해외수주 비중

그러나 고전적인 수주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도 국제유가 파동이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단순 기술력이나 비용 저감 만으로는 더이상 발주처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 시공법의 인허가 절차도 더 까다로워졌고 감리 측의 공사현장 감독도 더 촘촘해졌다. 중동 현지에서 피부로 경험한 국내 건설 노동자들의 얘기다.

전문가들도 조금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업전략을 짜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해 EPC(설계ㆍ조달ㆍ시공) 프로젝트 방식으로 오일머니를 벌어오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협력사업(PPP)이나 대형 프로젝트관리컨설팅(PMC)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동에 이어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 텃밭으로 자리 잡은 동남아시아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국가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잇따른 투자, 인프라 마련 및 정비가 지속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수주는 올해 현재까지 146억629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억2124만달러) 수치 뿐만 아니라 전년 이 지역 전체 수주액(124억9228만달러) 역시 넘어섰다. 이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의 수주가 이끌었다. 베트남은 올해 6.81%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5.9%), 인도네시아(5.07%)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를 넘어서는 싱가포르 역시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탄탄한 시장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은 필연적으로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마련과 정비, 도시 계획 및 개발 등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신남방정책도 '동남아시아발 건설 훈풍'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승현 국토교통부 쿠웨이트 국토교통관은 "단순히 몇억달러 수주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발전된 형태의 사업은 없을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단순 EPC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따낸 '압둘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의 신도시 개발 노하우를 잘 활용해 사업권을 얻어낸 좋은 사례"라며 "이 같은 PMC 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인프라사업 등으로의 보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ㆍ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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