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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 고깃국물에 동치미 육수…맛의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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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 (20) 은평구 '새만포면옥'

맛 유지 위해 체인점 모두 거절

美 유학 후 대학 강의도 했지만

모친 조리법 배워 결국 가업 택해


[한국의 백년가게] 고깃국물에 동치미 육수…맛의 비결이죠 지용석 새만포면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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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그동안 평양냉면 체인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맛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 거절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새만포면옥에서 만난 지용석 대표는 40년 이상 가업을 이어가는 비결을 이같이 강조했다. 지 대표는 "평양냉면의 전통적인 맛을 유지하려면 한 곳에서 만들어 여러 곳에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욕심 내지 않고 맛을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중한 것이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한 비결"이라고 밝혔다.


지 대표는 고기 국물에 동치미를 희석해 직접 육수를 만든다. 부모님 고향의 평양냉면 맛을 이어가고 있다. 지 대표는 "아버님 고향은 평안북도 강계, 어머님은 평안남도 용강인데 그 지역에서는 고기 국물에 동치미를 희석한 육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근데 동치미 특성상 계속 익어가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 저녁에 맛이 다를 수 있어 이를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동일한 맛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우리만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새만포면옥의 서류상(사업자등록증 받은 시점 기준) 업력은 45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972년 경기도 고양 동산동에서 만포면옥이란 상호로 테이블 3개 놓고 냉면과 빈대떡을 판 것이 첫 출발점이다. 47년 역사의 '노포(老鋪)'다.


[한국의 백년가게] 고깃국물에 동치미 육수…맛의 비결이죠 옛 만포면옥 모습.


지 대표의 부친은 20년 이상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결국 망했다. 부모님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사를 하게 됐다. 지 대표는 "아버님은 녹두를 맷돌에 갈고, 어머님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셨다. 아버님이 음식점을 한다고 하자 영화배우들이 가게로 찾아오고 서빙도 했는데 주변에 소문이 났다. 이후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고 장사가 잘돼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으로 확장 이전하게 됐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도 가게에 오셨었다"고 회상했다.


지 대표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주말에는 가게에 들러 주차를 안내하는 일도 했다. 가게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 대표는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대학교 때 미군에 입대해 약 8년 동안 미국과 독일, 한국에서 복무했다. 자동차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도 가르쳤다.


그러나 결국 가업을 선택했다. 수년간 모친에게 조리 비법을 배우고 가게를 맡아 관리하다가 2008년 독립했다. 현재 새만포면옥 자리 맞은편에 가게를 새로 얻었다. 2010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평양냉면 외에 녹두지짐, 어복쟁반과 갈비탕 등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 대표는 "고인이 된 어머님이 생전에 음식업은 항상 솔직해야 하고 좋은 식재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식재료 값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지만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백년가게] 고깃국물에 동치미 육수…맛의 비결이죠 서울 은평구 소재 새만포면옥. 입구에는 구파발 만포면옥이란 이름으로 돼 있다.


단골손님이 많은 비결이다. 지 대표는 "4대에 걸쳐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많이 있다"며 "새만포면옥으로 상호를 바꿨지만 이곳이 옛 만포면옥이 맞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 점포 입구에 구파발 만포면옥 본점이라고 써 놓았다"고 말했다. 은평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방문한다. 전체 손님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 지역 사람들이다.



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되기 전인 2016년에 우리 가게에 오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 맛집이지만 지 대표도 요즘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이 보다 철저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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