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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러시아] 펄펄 나는 간판스타도, 온몸 불사른 늪축구도 감독의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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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러시아] 펄펄 나는 간판스타도, 온몸 불사른 늪축구도 감독의 역량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FIFA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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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스타들은 공통된 고민이 항상 있다. 소속팀보다 자국 대표팀에서 활약이 부진하다.

이 말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에게도 해당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제 그렇지 않다. 그는 자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도 펄펄 난다.


호날두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제대로 물이 올랐다. 그는 B조리그 2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한 경기에서도 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주앙 무티뉴가 올려준 공을 헤딩슈팅해 결승골을 넣었다. 포르투갈은 이 골로 1승1무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포르투갈은 이 대회에서 호날두를 앞세운 투톱 전술이 확실하게 자리잡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모두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64)의 힘이다.


산토스 감독은 2014년 9월에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간판스타 호날두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찾는 일이었다. 그는 왼쪽 날개로만 활약하던 호날두를 공격 일선으로 올렸다. 전형은 4-4-2 형태로 만들고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운트 어택형'으로 포르투갈 대표팀을 재구성했다.


투톱도 여러 사안을 고려해서 구성했다. 그는 '정통 스트라이커' 없는 투톱을 택했다. 호날두의 득점 사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정통 스트라이커들은 '골게터 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골을 넣을 테니 동료들이 모두 자신에게 패스하기를 바란다. 골욕심도 강하게 낸다. 이런 공격수가 호날두와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면 엇박자가 날 것은 불보듯 뻔했다. 호날두도 골욕심이 상당하다. 호날두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를 자유롭게 해주면서도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집중견제를 받겠지만, 이는 호날두가 감당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산토스 감독은 그를 믿었다.


이 전술로 산토스의 포르투갈은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결승경기에서는 강호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1-0으로 승리했다. 주장완장을 찬 호날두는 경기도중 부상으로 실려 나갔지만 벤치에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루는 감격을 맛봤다.


산토스 감독은 자신들의 축구에 대해 "비둘기처럼 순하고 뱀처럼 영리하다"고 한다. 수비는 깔끔하고 공격할 때는 효율성이 높다. 스타 호날두를 잘 살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호날두도 산토스 감독을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생애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길 꿈꾸는 이유도 산토스 감독과 함께라면 전통의 강호들도 제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섰기 때문이다.


같은 B조의 이란은 21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페인에 0-1로 졌다. 1승1패를 기록하며 여전히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단단한하고 견고한 수비축구로 우승후보 스페인을 곤욕스럽게 했다. 스페인은 이란을 상대로 고전하다가 후반 9분 디에고 코스타의, 약간 행운이 따른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3을 챙겼다. 잘못하면 이란에게 패해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간밤 러시아] 펄펄 나는 간판스타도, 온몸 불사른 늪축구도 감독의 역량 스페인 공격수 다비드 실바를 에워싸는 이란의 늪수비 [사진=FIFA 공식 페이스북]


이란의 늪축구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5)이 만든 걸작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2011년 4월부터 맡아서 팀을 '선수비 후역습'의 대가로 만들었다. 조직적으로 훈련돼 만들어진 철옹성 수비는 2014년 대회에 이어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스페인과의 경기 후반 25분 장면은 백미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란 골문 바로 앞에 공이 배달되자 이란 수비수 3~4명이 그라운드에 누워서 스페인 공격수들이 슈팅하지 못하게 하고 슈팅을 해도 공이 몸에 막혀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육탄방어를 했다.


꼭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했던 수비였다. 케이로스 감독 아래 선수들이 얼마나 똘똘 뭉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이란 축구팬들은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에게는 최고 스타"라면서 "이민을 온 선수들이 많아 모래알 같았던 이란대표팀을 하나로 묶었다. 이란 국민들이 모두 그를 지지한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B조에서 1승1무, 이란은 1승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이란과 포르투갈은 서로를 상대로 B조 마지막 경기를 해야 한다. 오는 26일 모르도바 아레나에서 외나무 다리 대결을 한다. 산투스와 케이로스는 지략대결을 한다. 스타를 살린 감독과 원팀을 만든 감독 간의 불꽃튀는 승부가 예상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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