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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으로 살펴본 ‘여론조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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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직접 유포에서 SNS 거쳐 포털 기사 댓글 조작과 매크로 도입까지 지능적으로 진화하는 여론조작

드루킹 사건으로 살펴본 ‘여론조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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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파행 중인 국회 정상화 실마리로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이 일제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160석 야3당의 연합을 이끌어낸 드루킹 사건은 종전의 야권에서 이뤄진 댓글조작 사건이라는 점에서 맹공의 대상이자 정치논쟁으로 비화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와 쟁점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상대를 공격하고, 또 자신들의 치부 상쇄를 목적으로 자행된 여론조작의 역사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직접 개입한 '지역비하와 특정인 비방'

드루킹 사건과 그 전모가 매우 흡사한 2012년 국정원과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주도한 댓글조작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십알단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당시 18대 대선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를 옹호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리트윗하는 한편 관련 기사에 댓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대선에는 십알단 외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직접 댓글조작에 뛰어들며 다양한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지역비하발언과 함께 박근혜 후보 지지글과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작업을 통해 여론 조작에 나선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여직원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에 야당 측에서 현장 공개를 요구하자 자신이 감금됐다고 주장해 이른바 ‘셀프감금’ 소동을 벌이는 한편 노트북 안의 187개 파일을 삭제한 뒤 모습을 드러낸 직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라 현재 국정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개한 또 다른 국정원 댓글알바에 참여한 직원(닉네임 좌익효수)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방글과 지역비하 발언을 집요하게 게재한 정황이 검찰 조사를 통해 이듬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좌익효수의 직원설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2014년 소환조사를 통해 그가 국정원 직원임이 확인됐고, 2018년 1월 검찰에 출석해 “상부 지시에 따라 허위 진술을 했다”고 자백해 국정원의 조직적 여론조작을 입증했다.


드루킹 사건으로 살펴본 ‘여론조작의 역사’ 드루킹 사건을 통해 다시금 조명받는 여론조작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깊게 뿌리내린 악습이다.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야당 역시 조직적 'SNS 기동대'로 맞불


대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역시 손 놓고 당하지만은 않았다. 2012년 문재인 후보 캠프가 조직한 'SNS 기동대'는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27명과 전략기획팀, 메시지팀, 실무지원팀 등 3개 팀 총 7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문재인 후보 옹호 댓글을 게재하며 댓글부대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사무실인 여의도 신동해빌딩 6층이 선거를 5일 앞두고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현장이라는 주장과 함께 급습당하며 그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는데, 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4년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댓글 조작과 더불어 18대 대선에서는 여론조작도 함께 이뤄졌다.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듬해인 2013년 6월 국정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회의원에게 제공했고, 이 자료 중 일부가 언론에 흘러나가 외교문서가 외부에 공개되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후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NLL 포기 발언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대선을 앞두고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졌다.


북풍 관련 여론조작은 앞선 15대 대선에서도 조직적으로 자행됐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두고 안기부는 북한에 밀입국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 씨가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공개하며 이른바 ‘북풍사건’을 조작했다.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원이자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로 활약한 드루킹은 대통령 당선 후 인사청탁 거절 후 본격적인 댓글 조작을 무기로 삼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라인 기사의 댓글 노출 순위가 공감순임에 착안, 시간대별 기사 모니터링 인원이 채택한 기사에 작성된 댓글 중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댓글을 선정, 해당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하는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를 상위 댓글로 노출시킨 뒤 경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댓글 조작을 주도했다.


뿌리 깊은 여론조작 역사에 이름을 올린 드루킹은 경찰 조사 결과 매크로 서버를 자체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며 종전의 북풍공작, 트위터 RT, 음모론에서 포털의 언론 기사를 매개로 한 댓글 추천 공작으로의 조작의 ‘진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지난 17일 드루킹 외 2인은 지난 1월 17일부터 이틀에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 조작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로 구속기소 됐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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