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의 '옥죄기'에 반발하나…특유의 '압박전술' 카드 꺼내
최종수정 2018.05.16 11:15기사입력 2018.05.16 11:12
(서울=연합뉴스)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16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ㆍ뉴욕=김은별 특파원] 북한이 돌연 남북 고위급회담 중단을 통보한 실제 배경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한 특유의 압박전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미국 내에서 흐르고 있는 강경 기류에 대해 한 번은 일침을 가해야 한다는 전략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도 다가오는 북ㆍ미 정상회담의 판까지 깨자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한미가 북한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달래기' 작업에 과연 나서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존 볼턴발 강경 기류에 대한 반발일까=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관련 발언을 보면 과연 백악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강경 일색이었다.
백악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잠시 등장했던 '영구적인 비핵화(PVID)'라는 표현을 '완전한 비핵화(CVID)로 다시 돌려놓았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리비아식 모델'과 함께 계속 PVID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착수하기 전에 이를 완료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판 마셜플랜'식 경제 지원 발언과 상충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의 테네시 주(州)의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핵무기 해체 과정에서 검증 주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아니라 미국이 한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비핵화 대상이 아닌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동시에 폐기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인 납치문제 등 북한 인권문제 역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높게 평가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과는 정반대 기류를 볼턴 보좌관이 흘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부정하는 반응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전문가들이 참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앞서 선의로 선제적 조치를 한 것에 미국이 시비를 건다고 발끈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은 마치 북한을 패전국처럼 대우하는 미국 내 강경 기류에 대해 한번 쯤 저지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다분히 전략적인 압박전술의 일환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반발일까=북한은 16일 새벽 남북 고위급회담의 중단을 통보하면서 '2018 맥스선더' 한미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맹비난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8대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8대가 동시에 전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전략폭격기 B-52 2대도 괌 공군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서는 가장 위협적인 미군의 전략자산이 대규모로 전개될 때 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지도부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을 대규모로 동원한 것 자체에 강한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반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맥스선더 훈련에 B-52가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6일 긴급회동을 하기로 결정해 한미가 북한의 반발을 무마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반응은=미국도 북한의 돌발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긴급하게 대응했다. 미 백악관은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중단 조치를 발표하자 바로 국가안보회의(NSC),국방부 등의 관계자를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백악관의 세라 허버키 샌더슨 대변인은 16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이 밝힌 내용에 대해 별도로 살펴보겠다"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통보받은 게 없다"면서 "우리는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정확한 진위를 알기 전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미 언론들도 북한과 관련해 일제히 속보를 전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CNN방송은 백악관 참모진을 인용해 "백악관이 북측의 통보로 허를 찔렸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당혹스런 기류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이번 발표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내부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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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뉴욕=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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