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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프리즘] '원 팀' 사라진 韓, 팀 지킨 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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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프리즘] '원 팀' 사라진 韓, 팀 지킨 佛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부터),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다. 그 뒤로 노선영이 뒤쳐진 채 결승선을 향해 다가 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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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큰 오점이 남았다. 윤성빈의 역주, 이상화의 눈물에 감동했던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었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이 도화선이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은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너무 나빴다. 참가 선수 세 명 중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경기에서 두 명은 앞으로만 내달렸고 뒤도 보지 않았다.


노선영은 경기 중반까지 김보름과 박지우과 호흡을 맞췄다. 세 선수는 선두, 중간 후반을 옮겨가며 질주했다. 노선영도 선두에서 리드하다 경기 막판 마지막 주자로 자리를 바꿨다. 여기서 사단이 났다. 마지막 두 바퀴를 후미로 달린 노선영은 힘이 빠졌다. 앞선 김보름과 박지우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거리는 계속 벌어졌다.

[평창 프리즘] '원 팀' 사라진 韓, 팀 지킨 佛 박지우(왼쪽부터), 노선영, 김보름이 역주하고 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세 선수는 호홉을 잘 맞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비난은 선수들에게 몰리고 있지만 정말 그들만의 책임일까. 팀 추월은 개인 경기가 아니다. 서로 의지하고 끌어주는 팀 플레이를 해야 한다. '팩'이라는 대형을 짜 서로 순서를 바꿔가며 공기 저항의 부담을 나누고 뒤처지는 선수가 있다면 밀어서라도 같이 가야 하는 게 순리다. 이 간단한 규칙이 통하지 않았다. 당연히 질 수밖에.


선수들도 애초부터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김보름은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내가 50%를 리드하고 박지우 선수가 초반에 스타트 역할, 노선영은 비중을 최대한 적게 하는 전략을 짰는데 그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노선영이 경기 막판까지 버틸 체력이 부족함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작전이 중요했다. 노선영을 경기 막판 후미가 아닌 가운데에 두어야 했다. 노선영이 힘이 부족하면 마지막 선수가 밀어 주기라도 해야 했다.


[평창 프리즘] '원 팀' 사라진 韓, 팀 지킨 佛 경기 막판 박지우, 김보름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동안 노선영은 뒤처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런데 선두에 있던 노선영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로 위치를 후미로 옮겼다. 그리고 동료들이 질주하는 동안 계속 뒤처졌다. 함께 가자고 외치거나 밀어줄 선수가 노선영의 뒤에는 없었다.


도착점을 앞에 두고 앞선 선수가 뒤처진 선수의 속도를 알아 템포를 조절할 수는 없다. 이미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사라진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조절해야 하는 지도자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평창 프리즘] '원 팀' 사라진 韓, 팀 지킨 佛 김보름(앞쪽 왼쪽), 박지우가 경기를 마치고 노선영(사진 맨 왼쪽)과 멀리 떨어져 앉아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민들들이 이 상황에 분노하는 것은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다. 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재연된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앞서 가는 이만 있어서는 뒤쳐진 이를 챙길 수 없다. 그러면 팀은 무너진다. 올림픽이 대한민국이라는 팀에 남긴 큰 숙제다.


한편 프랑스는 올림픽 경기가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고 발언한 스키 선수 마티유 파브르를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남녀 혼성 경기인 팀 경기를 앞두고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엄단이다.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는 프랑스 관용(톨레랑스) 정신은 팀을 흔드는 이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팀 책임자인 다비드 샤스탕은 "파브르가 팀 정신을 해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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