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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회 곳곳에 숨겨진 '승리단톡방'들, "정준영 사태 놀랍지 않다"
최종수정 2019.03.14 16:19기사입력 2019.03.14 15:25

모바일 메신저 폐쇄성·편리성 악용…10명중 3명 원치않는 음란물 전송 받아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빅뱅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가 담겨있는 모바일 메신저 '승리 단톡방'이 연일 논란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와 비슷한 '단톡방 성폭력'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승리, 정준영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과 그 지인 8명이 서로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공유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동안 이들은 여성들과 성관계한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수차례 주고받았다. 이 기간에 나눈 대화만 20만 건에 이르며 피해 본 여성은 1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처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신상정보 등록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다.

출처=연세대총학생회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 ‘단톡방 성폭력’은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왔다. 처음 단톡방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던 사건은 지난 2014년 대학가에서부터였다. 당시 국민대에서 남학우들이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단톡방에서 나눈 성희롱 대화가 여론에 알려졌다. 이후에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에서 비슷한 단톡방 대화들이 연달아 공개됐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지난 2017년에는 당시 현직 기자였던 30대 남성 4명이 동료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단톡방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동료 여성들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여성들의 실명, 직장명, 신체적 특징을 거론하며 성관계 여부까지 자세히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는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이번 정준영 사태 이후에도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희롱 단톡방'과 유사한 사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직접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건 아니지만 음란물을 공유하는 남자 동기들 단톡방의 존재를 안다"며 "거기서 이뤄지는 음담패설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정준영 사태가 놀랍지도 않고, 다시 한번 각성할 뿐이다"고 했다.

한 20대 직장인 여성은 "몇 개월 전 회사에서 남자 사원들끼리 단톡방에서 여자 사원들의 외모로 순위를 매기는 일이 있었다"며 "남자 사원 중 한 명이 여성 사원이 속한 단톡방에 글을 잘못 게시해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남자 직원들이 사과하긴 했지만 '원래 남자들끼리는 이런 얘기 많이 한다'고 해명했다"며 "남자들 사이에서는 성희롱이 아주 흔한 일이라는 것을 남자들이 직접 말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단톡방 성폭력은 존재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는 온라인 성폭력이 가장 빈발하는 창구다. 15~50세 남녀 2000여 명 중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음란물을 전송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58.3%)이상이었는데, 메신저로 경험했다는 비율은 34.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가 갖는 편리성과 폐쇄성을 악용한 사례로 분석한다. 다른 사람에게 대화가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영상이나 사진 공유가 상당히 쉬운 만큼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단톡방에서 이뤄지는 대부분 성폭력 범죄는 자신이 들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톡방 참여자 중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행위를 저지르고, 누군가는 방관하거나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를 공범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톡방 내에서는 사회가 규정한 도덕적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이런 심리는 범죄행위를 더욱 과감하게 만들기까지 한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메신저의 역기능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지만 규제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카카오 측은 단톡방 성폭력 논란에 대해 “대화방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해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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