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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위기②]화웨이는 어쩌다 늑대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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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위안으로 시작해 30년만에 글로벌 '통신굴기' 주역으로, '낭패론', '늑대문화' 등 독특한 조직문화 강조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쥐룽(巨龍), 다탕(大唐), 중싱(中興), 화웨이(華爲). 1980년대 급성장한 중국 통신업계 4대 기업이다. 첫글자를 따면 거대중화(巨大中華)다. 당시 중국 언론은 거대중화를 이끌 통신굴기의 4대 문파로 이들 기업을 소개했다. 화웨이는 거대중화 중에서도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60만원)으로 시작해 규모가 작은 업체였지만 30년만에 글로벌 '통신굴기'의 주역으로 약진했다. '화웨이 굴기'에 대해 화웨이의 관리고문 우춘보와 텐다오는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란 책을 통해 양탄일성, 늑대문화, 반금융자본주의 등 세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 양탄일성(兩彈一星) = '화웨이 정신'의 출처가 되는 키워드인 양탄일성은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가 내세운 철학이자 중국의 기술굴기를 보여주는 표어다. 1960~70년대 중국은 수소폭탄, 원자폭탄, 위성을 쏘아올리면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1993년 통신장비 제조를 시작한 런정페이 역시 이 표어를 강조하며 연구개발(R&D)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국의 기술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강한 동기가 런정페이의 사명이었다. '야전침대'와 '베겟잇'을 직원들에게 주며 자체기술 개발을 주문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도 매년 R&D에 1000억 위안(약 16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다.

◆ 늑대문화 = 런정페이는 '일이 어긋나는 것'을 뜻하는 낭패(狼狽)의 어원에서부터 화웨이의 늑대문화를 구축해갔다.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은 동물이다. 패(狽)는 반대다.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다. 이 둘이 같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호흡이 안 맞아 다투거나 따로 걸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런정페이는 공격성을 낭(狼)으로 관리성을 패(狽)로 규명하고 두 미덕의 조화를 역설했다. 런정페이는 "시장을 개척할 낭을 앞세우지만, 동시에 인솔에 능하고 경영플랫폼을 구축할 줄 아는 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돌진하는 낭과 뒤에서 낭을 지원해주는 패가 있어야 늑대의 무서운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민간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는 조직 문화의 배경에는 이같은 '늑대문화'가 작용하고 있다.


[늑대의위기②]화웨이는 어쩌다 늑대가 됐을까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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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反)금융자본주의 = 화웨이는 전 직원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분구조다. 회장 런정페이는 1.4% 지분만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우리사주 형식으로 전 직원이 95% 이상을 보유했다. 그러면서도 상장을 하지 않는다. 런정페이는 "회사가 너무 일찍 상장하면 백만장자, 천만장자를 여럿 배출한다. 그런 뒤에도 집중력을 갖고 기술개발에 매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장과 동시에 금융자본이 화웨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상장을 꺼리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와 배치되는 이같은 지론에 대해 런정페이는 "'아차'하고 뒤로 밀려나는 순간에 추락하는 것이 전자산업"이라면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촌스럽고 멍청해 보이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고집을 지키고 있다.


IT전문가들은 노키아와 에릭슨 등 서구 기업이 지배했던 통신장비시장에서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 1위로 도약한 화웨이의 부상에 미국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통신장비는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기도 하다. 미국 IT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7년 기준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22%를 점유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다. 경쟁사인 핀랜드의 노키아는 13%, 스웨덴의 에릭슨은 11%, 중국의 ZTE는 10% 순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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