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정책 역주행③]佛 샹제리제 거리 일요일 쇼핑 빗장 푸니…관광객 천국
최종수정 2018.11.14 14:49기사입력 2018.11.14 10:30
프랑스 파리 쇼핑 명소 '샹제리제 거리' 르포
프랑스, 100년 이상 일요일·야간근무 금지
일요일 영업 허용 3년…상점 매출·방문객 늘어
파리 시민 "일요일 여유로운 쇼핑 가능해졌어요"

일요일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 위치한 루이뷔통 본점. 일요일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하는 모습.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연중 쉬지 않고 영업합니다. 언제든지 다시 방문해주세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 일요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본점을 비롯한 럭셔리 매장과 자라와 H&M 등 글로벌 SPA(제조ㆍ유통 일괄 브랜드) 브랜드, 슈퍼마켓 모노프릭스 등 다양한 상점들은 중국인 관광객과 휴일을 맞아 쇼핑에 나선 파리 소비자들로 오전부터 붐볐다. 이들 매장 직원은 한결같이 '연중 무휴'를 강조했다. 샹젤리제 구찌 매장 직원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장 문을 연다"면서 "일요일은 주로 중국인 손님들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100년 넘은 '블랙 선데이'…유럽 재정 위기 이후 일요일 쇼핑 허용= 파리 상점들이 일요일 영업을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프랑스는 1906년 제정된 노동법에 따라 일요일과 야간 근로를 금지하면서 100년 이상 모든 점포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파리 주요 관광지역 12개와 칸과 니스 등 지방의 관광도시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 일요일과 야간 영업을 허용했다. 당시 경제산업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마크롱법'이라고 불린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한 해 8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 1위 관광대국이다. 하지만 2014년 기준 프랑스 관광 수입은 미국과 스페인, 중국에 이어 4위에 그쳤다. 2012년 유로존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재정난을 겪던 프랑스 정부는 일요일 휴무 및 야간 영업 규제를 개선해 관광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동법을 뜯어 고쳤다. 그 결과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관광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이날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 사라 살라먼(27ㆍ여)은 "매년 파리를 방문하는데 관광지와 쇼핑할 곳도 많아 너무 좋은 도시"라면서 "일요일에 쇼핑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일요일 오전 문을 연 파리 시내 상점가에는 식료품 등 쇼핑에 나선 소비자들로 붐볐다.
일요일 저녁 프랑스 파리 최대 갤러리아 라파예트 백화점 구찌 매장 앞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파리 관광지역 대부분의 백화점과 상점은 일요일 밤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샹젤리제 거리와 이어진 오페라 지역에 있는 파리 최대 백화점 갤러리아 라파예트도 마찬가지. 라파예트 백화점은 지난해 1월부터 연중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날 저녁에 찾아간 라파예트 백화점에는 폐점을 앞두고 프랑스 명품을 사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구찌는 물론 1층 잡화 매장마다 관광객이 가득찼다. 파리에 거주하는 마리아(48ㆍ여)는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 겨울 코트를 사러 왔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다"면서도 "일요일 쇼핑을 금지했던 과거엔 토요일 하루 동안만 쇼핑이 가능해 지금보다 훨씬 더 붐볐다"고 귀띔했다. 이어 "주말밖에 쇼핑할 시간이 없어 옷을 사기 위해서 토요일마다 돌진(Rush)했기 때문에 여유로운 쇼핑이 불가능했다"고도 했다. 이경미 KOTRA 파리무역관 과장은 "파리 소비자들도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쉬는 일요일에 쇼핑할 수 있게 되면서 생활이 더 편리해졌다"고 설명했다.

◆골목 상권 살리는 '직거래 장터'= 파리 에펠탑 인근 지하철역(La Motte Picquent Grenelle). 지하철 6ㆍ8ㆍ10호선이 교차하는 역사부터 철로 아래서는 일요일 아침부터 야채와 과일, 치즈 등 식료품과 수공예품, 의류 등 각종 상품이 진열된 간이시장이 열렸다. 일요일과 수요일, 1주일에 두 번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만 영업하는 이곳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시장이다. 각종 과일과 채소는 갓 수확한 상품처럼 신선했고, 새우를 비롯한 어패류, 갓 구은 빵과 금방 튀겨낸 요리도 선보였다. 꽃과 화분도 모두 시든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 오전부터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나온 노년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끊임없이 밀려 들었다. 장 니콜라스(36)도 이날 아내, 아들 둘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 그는 "아침 준비를 위해 장을 보고 있다"면서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투정을 부리긴 하지만 신선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한 지하철역 앞에는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 일요일 오전부터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들로 붐비는 모습.
일요일 오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열린 직거래 장터에서 소비자들이 신선한 야채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선 모습.

이 같은 직거래시장은 파리시가 지원해 운영되고 있다. 샹젤리제와 오페라 등 대형 점포에서 일요일 밤까지 영업을 허용하면서 생산자와 골목 상권 등 이른바 '을(乙)'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김영호 KOTRA 파리무역관 차장은 "분유와 치즈 등 불량식품 파동 이후 돈을 좀 더 지불하고서라도 신선한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기농 전통시장이 다시 뜨고 있다"며 "프랑스 정치권에서도 농민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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