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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자고 TV보고 싶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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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있는 노년을 위해] <4>무시당해야 할 노인은 없다 : 영국

치매 노인도, 우을증 노인도, 인격 가진 존재
'스테이시 스트리트 너싱홈' 아픈 노인에게도 최적화 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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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치매를 겪는 노인도, 우울증을 앓는 노인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야 합니다."


영국 런던의 '스테이시 스트리트 너싱홈(SSNHㆍStacey Street Nursing Home)'에는 모두 15명의 노인들이 생활을 보내고 있다. 1980년대 초 들어선 이 시설은 북런던 근교의 스테이시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시설명은 거리 이름을 그대로 땄다. 한 때 30명의 노인들이 살았다. 최근 수용 인원을 반으로 줄였다.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인원을 줄여 서비스 질을 높인 것이다.

이 너싱홈의 가장 큰 특징은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노인을 수용한다는 점이다.


이슬링턴구(區)에서 유일하게 영국 정부의 국민의료보험(NHSㆍNational Health Service)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입소를 원하는 노인이 2만6000파운드(한화 약 3820만원) 이상의 재정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설 이용료는 본인 부담이다. 그 이하면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씻고 자고 TV보고 싶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인권 영국 런던의 '스테이시 스트리트 너싱홈'(SSNHㆍStacey Street Nursing Home) 전경.


노인의 건강 상태 역시 입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노인 15명 중 6명은 치매 환자다. 다른 노인들 역시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상황은 이 시설의 개소 취지와도 맞는다. 이 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 조셀린 카품뷰티(Joceline Kapfumvutiㆍ여)씨는 "치매를 앓거나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무시받을 수 있는 노인은 없다"면서 "여기서는 모든 노인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3층에 마련된 액티비티룸은 노인들이 그린 각종 그림들로 가득하다. 카품뷰티씨가 한 그림을 집어들고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건가요?"라고 묻자 액티비티 코디네이터인 루실렌 에슬레스(Lucilene Ecclesㆍ여)씨는 "프란시스(Francis)!"라고 대답했다. 카품뷰티씨는 "역시, 그 분일 줄 알았어! 멋진 작품이야!"라고 맞장구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그림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정리한 뒤, 한 켠에 마련된 전시판에 게시했다. 자신의 작품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곳의 장점은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뿐 아니다. 시설 내 모든 곳은 철저히 노인 맞춤형으로 배치됐다. 말 그대로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시설인 셈이다.


모두 3층으로 이뤄진 시설은 각 층의 복도가 모두 같은 구조다. 각 복도마다 노인들이 잡고 이동할 수 있도록 바(bar)가 설치돼 있다. 1인 1실인 침실 방문은 불이 나면 자동으로 잠겨 유해 가스 유입을 차단한다. 침대에는 스키시트(Ski-Sheet)가 설치돼 유사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씻고 자고 TV보고 싶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인권 영국 런던의 '스테이시 스트리트 너싱홈'(SSNHㆍStacey Street Nursing Home)의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각 층 복도 끝에는 화재가 나면 이용할 수 있는 비상구가 설치돼 있다. 이 문을 평상시 개방하면 '삐삐삐삐'하는 사이렌이 울려 노인들의 돌발 행동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비상문 옆에 구비된 소화기 역시 케이스로 쌓여 있어 노인들의 손길로부터 철저히 보호돼 있었다. 겉으로 볼 때에는 소화기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카품뷰티씨는 "노인들이 방문을 열거나 소화기 등을 만지는 행위를 막는 것 또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생각해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노인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막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많은 시설 특성상 각종 의약품 등을 구비해 놓은 보건실(Clinical & Medical Room)을 따로 설치했다. 이 방은 1년 내내 21℃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약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사용한 주사기나 의약품 등을 폐기하는 슬루스룸(Sluice Room) 역시 별도 공간이다. 이곳으로 모인 의약품 등은 건물 외부에 위치한 별도의 의약물 수거함을 통해 폐기 과정을 거친다. 모든 장소는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다.


목욕시설 역시 노인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을 위한 목욕 기구가 설치된 것은 물론 스스로 몸을 말릴 수 있는 기구도 마련돼 있다. 화장실이나 목욕실 입구마다 이곳이 무슨 장소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 노인들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점 또한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카품뷰티씨는 "모든 노인들은 자신이 씻고 싶을 때, 자고 싶을 때, 책을 읽거나 TV를 보고 싶을 때를 스스로 결정한다"면서 "나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노인들의 결정에 따라 옆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씻고 자고 TV보고 싶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인권 영국의 너싱홈들은 전국 도심 중심지는 물론 위와 같이 일반 주택가 등을 비롯한 전역에 분포돼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세인트 조지 너싱홈'이 위치한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의 한 주택가 전경.


특별취재팀 런던(영국)=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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