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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좋은 물건 싸게 파니…마트 안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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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19>전북 고창 '개미상회'

33년째 고창시장에서 야채·과일 판매
영업 비결 '정직'…도매 고객까지 확보

[한국의 백년가게]"좋은 물건 싸게 파니…마트 안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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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전북)=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영업 비결은 '진실되게 정직하게'. 처음에는 좋은 물건 싸게 팔아서 단골 만들었어요. 이제는 손님들도 '이 집 물건은 믿을 수 있으니까" 하면서 가져가요."

개미상회는 연중무휴다. 임정숙 개미상회 대표(66)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광주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에 간다. 판매할 야채·과일을 챙겨 가게에 돌아와 6시30분부터 손님을 맞이한다. 전북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간다. 33년 전 임 대표의 남편이 만들었다는 나무 금고에서도 개미상회의 긴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임정숙 대표는 1953년생으로 전북 고창에서 나고 자란 고창 토박이다. 1985년에 처음 고창전통시장에서 식료품 가게 '개미상회'에서 채소를 팔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33년째다. 개미상회라는 이름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장사를 배울 시간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야채장사는 녹록치 않았다. 개미상회의 맞은편이었던 이전 가게 위치는 햇볕이 잘 들어 야채가 잘 시들기 일쑤였다. 팔지 못하고 버리는 채소가 쌓여가면서 부채도 늘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젊으니까 할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시작했지만 양지 쪽에 가게를 잡는 바람에 썩어서 버리는 야채가 많아지면서 5년간 빚이 많이 쌓인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의 백년가게]"좋은 물건 싸게 파니…마트 안 두려워요" 임정숙 대표가 33년째 사용하고 있는 나무 금고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임 대표의 장사 철학 덕분에 단골도 많이 생겨났다. 30년 넘게 야채 가게를 운영하면서 누구보다 자신있는 것이 물건을 보는 '안목'이다. 임 대표는 "야채 장사를 할 때 가게 위치 선정, 재고 관리, 물건 구입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새벽에 도매시장에 가서 둘러보면 물건이 다 좋아보이는데 싼 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배추 하나를 사더라도 잎 모양을 보고 쫑(꽃자루)이 올랐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했다.


개미상회의 경쟁상대는 마트다. 10년 전부터 시장 주변에 마트들이 하나둘 생겨났지만 아직도 건재한 이유는 손님들에게 '신선하고 질 좋은 야채를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특히 야채는 다양한 품목을 한꺼번에 많이 구비해두기 어려워 손님들도 야채를 살 땐 마트보다 시장을 먼저 찾는다. 임 대표는 "다들 재래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고창에 마트가 많아도 사람들은 재래시장을 더 많이 찾는다"며 "시장에 가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백년가게]"좋은 물건 싸게 파니…마트 안 두려워요" 임정숙 개미상회 대표와 아들 박성주 씨


[한국의 백년가게]"좋은 물건 싸게 파니…마트 안 두려워요" 개미상회에 '백년가게'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임 대표는 워킹맘으로 살며 세 아들을 키웠고 예순 다섯이 넘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임 대표는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식료품 가게로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고 지금까지 왔다"며 "사람들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하는데 그만두기가 너무 아쉽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5년 전 맏아들인 박성주 씨가 가게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단골·소매 중심이었던 고객층이 도매로도 확대됐다. 식당이나 병원, 회사 등에도 야채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매출 중 도매 비중이 70%까지 늘었다.


개미상회가 '백년가게'로 선정되면서 정부 지원을 받았고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임 대표는 "백년상회 간판을 보면사 사람들이 '대단한 집'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가게 이미지가 좋아졌고 손님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게 됐다"며 "30년 이상 된 가게들이 많은데 더 많은 업체들이 백년가게로 선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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