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백년가게]전자부품유통 외길…'1평 쪽방'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
최종수정 2018.12.04 15:23기사입력 2018.12.04 15:00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⑮협신전자

45년 전자부품유통 한 길…중국, 일본, 미국 등지 유통
자체 개발 ERP시스템, 온라인 쇼핑몰 ic114로 성공

중국産, 국내 전자업계 위협…"정부,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 R&D센터 지원해야"

권우현 협신전자 대표가 부산 본점 업무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 =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국제시장 1평짜리 쪽방에서 100평이 넘는 가게로 성장했습니다. 다양한 부품을 고객이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대(代)를 이어 연구와 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한 결과입니다."

권우현 협신전자 대표(74)는 1973년 부산 국제시장에서 1평 남짓의 전자부품 소매점을 차려 현재 연매출 20억원의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자수성가했다. 지금은 전포동 전자상가에 본점과 매장, 서울 구로에 지점을 두고 있다. 전자부품을 유통ㆍ개발하는 협신전자는 지난해 중국 심천에 사무실을 내면서 해외 진출까지 해냈다. 이전부터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 꾸준히 유통을 해온 결과다.

45년째 전자부품만 만져온 권 대표는 자나 깨나 사업 생각뿐이다.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메모한다. 지금까지 쌓인 것만 책 수십 권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전자는 우리에게 '쌀'같은 존재"라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편리하고 쉽게 전자부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1999년 국내에 사실상 전무했던 전자부품 온라인 쇼핑몰 'ic114'를 열며 성공을 거뒀다. 평일 쇼핑몰 유입 고객 수는 평균 2만5000명에서 최대 3만 명, 등록된 제품 수는 15만 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아두이노'를 국내에 들여와 학생부터 전문가까지 두루 단골이 생겼다. 권 대표는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목 가능한 LED, 아두이노 등 DIY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협신전자는 20년 전 자원관리(ERP)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ERP시스템에서 재고관리는 물론 온ㆍ오프라인 판매 현황을 통합 관리해 판매체계를 혁신했다. 고객 방문 수, 검색 키워드 통계부터 구매지역, 결제유형 등을 분석할 수 있다. 고객 게시판도 연동해 실시간으로 문의와 답변을 주고받는다. 비용 문제로 대부분 정지했지만 권 대표는 ERP시스템을 비롯해 특허ㆍ실용신안 10여개를 보유한 장인이다.

부산진구 전포동 전자상가에 위치한 협신전자 매장 외관

온ㆍ오프라인 체계를 탄탄히 갖춘 협신전자에게도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제품은 위협이다. 권 대표는 "몇 년 전까지 국내산을 70~80% 유통했지만 지금은 중국산으로 역전됐다"며 "해외 생산품 수입이 증가하고, 중소제조사가 감소하는 환경 변화에 전자업계 전반이 어렵다"고 했다. 1990년대만 해도 서울 청계천 전자상가처럼 큰 상권을 형성했던 부산의 공구상가, 전자부품상가 등은 권 대표 같은 1세대 창업자의 고령화, 가업승계 실패, 폐업 등으로 쇠락했다.

권 대표는 장수 기업을 육성하려면 장인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자금난으로 연구개발, 상용화를 할 여력이 없다"며 "개발 인프라와 문턱이 높아 자꾸 도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ㆍ학ㆍ연 위주 사업 기회를 상가 장인들에게도 열어주고, R&D교육센터, 연구실 등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자체 역량 강화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권 대표는 "지금의 성장을 이루기까지 '고객 우선주의'와 '24시간 노력'이 있었다"며 "내 이득보다 고객 이득을 생각하고, 투명한 제품 정보 공개,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긴장하고 노력한다는 '노익장' 권 대표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항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한다"며 "많은 이들이 전자부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자부품 백과사전'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앞으로 가업승계를 착실히 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백년가게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현재 장남 태연(43) 씨, 장녀 정순(41) 씨, 차남 인태(40) 씨와 가족 경영을 일구고 있다. 권 대표는 "아버지를 믿고 가업을 이어줘 뿌듯하다. 대물림은 가족에게 자긍심과 유대감을 심어준다"며 "자식들은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하도록 경험을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크랩 댓글0

프리미엄 인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