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백년가게]"어머니의 막국수, 전통 지켜야죠"…고향집 같은 그곳, 철원막국수

어머니 손에 60년 전 문 연 철원막국수
12년 전 가업 이은 김순오 대표
"고향집같은 공간 만들고파"

최종수정 2018.11.29 14:00기사입력 2018.11.29 14:00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14> 철원막국수

김순오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12년 전 가게를 물려받아 '어머니의 막국수'를 만들고 있다. 김순오 대표가 식당 앞에서 비빔막국수를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60년전 막국수 한그릇에 10원일때, 어머니가 8남매 키우기 위해 시작한 가게에요. 고향집 찾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손님들이 있는 한 100년, 200년 이어나가고 싶어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에 위치한 철원막국수의 김순오 대표(64)에게 가게는 곧 어머니의 역사다. 그래서 쉽게 멈출 수 없다. 60년전 문을 열어 억척스럽게 8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 김 대표는 12년 전 가게를 물려받아 '어머니의 막국수'를 만들고 있다. 개업 당시 개조한 한옥 건물을 그대로 유지해 시골 할머니댁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가정집을 점점 개조해가며 장사를 이어왔기에 미로처럼 구비구비 길이 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거뭇한 메밀국수 위에 매콤 달콤한 양념장과 상추, 무김치를 올려낸 '비빔 막국수'다. 면 반죽에 통 메밀과 속 메밀을 반반 섞어 메밀 특유의 향은 한층 살리고 텁텁한 맛을 잡은 것이 철원막국수만의 포인트다.
김 대표는 어머니이자 식당 창업자인 고(故) 남순이 씨를 먼저 떠올렸다. 김 대표는 "지금은 이북땅이된 구철원에 사시던 어머니가 한국전쟁 때 피난을 떠났다 다시 고향땅에서 연 가게가 바로 철원막국수"라며 "벼, 메밀 농사를 지으면서 점심시간에는 막국수 장사를 했다"고 회고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서울에서 살던 김 대표는 12년 전 남편의 퇴직 후 가게를 이어받았다.

면 반죽에 통 메밀과 속 메밀을 반반 섞어 메밀 특유의 향은 한층 살리고 텁텁한 맛을 잡은 것이 철원막국수만의 맛을 내는 포인트다. 사진은 김순오 대표가 메밀면을 뽑아내고 있는 모습
사골육수, 직접 담그는 김치와 간장, 된장의 맛은 60년 동안 한결같다. 가업승계 후 춘천막국수의 차별화를 위해 편육, 녹두빈대떡, 꿩만두 등을 추가해 다양한 연령층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했지만 직접 장 맛을 내는 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식당 뒤 20여개의 장독대는 김 대표가 직접 관리한다. 김 대표는 "1년에 메주를 한 가마니 넘게 쒀 간장, 고추장을 직접 만든다"며 "철원에서 나는 콩과 고춧가루, 메밀 등을 재료로 쓰고 직접 담근 장으로 육수와 양념장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집만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육수맛이 깊은데 사골 육수만 16시간 동안 우려내고 마늘, 생강, 감초 등 6가지 재료와 무를 넣고 다시 1시간을 끓여내는 정성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 대표는 철원막국수를 고향집같은 가게로 만들고 싶다. 실제 고향집을 떠올리며 가게를 찾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주변 군부대에서 근무한 분들이 부대에서 멍석 깔아놓고 막국수를 먹었던 기억을 추억하며 찾아온다"며 "부산에서, 서울 강남에서 막국수 한그릇 먹겠다고 이곳까지 찾는 분들을 보면 힘들어도 장수를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을 보다 전문적으로 해야겠단 생각에 김 대표는 지난해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대학원 석사학위까지 땄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나 일본처럼 가업을 이어받아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식당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배 창업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메밀면을 나무 틀에 눌러 사람 힘으로 뽑아내고 냉장고가 없어 우물에 김치를 보관하던 시절을 버텨낸 어머니가 있기에 철원막국수가 존재한다"며 "시행착오에 굴하지 않고 끈기있게 사업에 매진하고 또 스스로 공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순오 철원막국수 대표는 장독 20여개를 직접 관리하며 60년 전통의 맛을 유지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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