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후폭풍]9·13 대책서 제외…서울 유효공급 대안은(종합)
최종수정 2018.09.13 14:07기사입력 2018.09.13 11:40



'9ㆍ13 부동산 종합 대책'에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내용은 제외됐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막판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13일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을 아우르는 고강도 방안과 함께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방향성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계획 발표는 추후 과제로 남긴다.

9ㆍ13 부동산 대책에 종합부동산(종부세) 등의 세제개편과 함께 최대 관심사였던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담기지 못한 것은 서울시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과천 등 경기도 일대 후보지가 사전 유출된 후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이 커졌고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도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하지 못하게 한 주요 요인이 됐다. 그린벨트 해제지에 들어선 서울 강남권 단지가 5년만에 분양가의 3배 이상 뛰며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린벨트 해제가 또 다른 로또 청약을 조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지구 선정을 위해 해제한 서울 내 그린벨트 규모는 약 5.0㎢다. 이 가운데 2009~2010년 강남구 자곡동, 세곡동, 수서동 일원을 비롯해 서초구 우면동, 내곡동, 원지동 일원 등 강남권 그린벨트 2.5㎢가 해제됐다. 이곳에 보금자리지구 4곳을 조성해 1만9000가구를 공급했다.
서울세곡2 보금자리지구 1단지(강남데시앙포레)는 2013년 전용면적 84㎡가 4억3088만~4억4975만원에 분양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해당 면적은 지난 달 14억원에 실거래가 신고를 했다. 5년여 만에 3배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서울내곡 보금자리지구 1단지(서초더샵포레) 역시 2013년 전용 84㎡의 분양가가 4억3582만~4억6365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실거래가는 12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2.6배 가량 뛴 가격이다.

이보다 앞선 노무현 정부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국민임대주택지구 중 강남권 상황은 역시 비슷하다. 이때 서울 내 해제된 그린벨트는 약 3.47㎢ 가운데 강남권은 강남구 세곡동 일대, 서초구 우면동 일대 등이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세금과 거래 제한으로 수요를 막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서울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공급대책을 마련했다. 이때 조성된 우면2지구 서초네이처힐 전용 84㎡는 평균 분양가가 3억4700만원 수준이었는데 같은 면적이 지난 8월 11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7년여 만에 3배 이상 뛴 가격이다. 세곡지구 세곡리엔파크는 84㎡ 분양가도 4억5000만원대였으나 지난 달 10억원에 실거래됐다. 역시 2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시는 여전히 그린벨트 해제보다 유휴부지 위주 공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카드를 꺼낼 경우 또 다른 투기수요가 가세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린벨트를 밀어내고 조성한 택지지구와 그 주변 상권형성 후보지에 토지보상에 따른 유동성과 막대한 투기성 민간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권 그린벨트 땅값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그린벨트 내 토지를 대량매입해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얘기가 돌자마자 살만한 땅을 골라달라는 매수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더니 이제는 그 수요가 토지로 옮아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초구 내곡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도 "벌써 3.3㎡당 수백만원씩 호가가 치솟았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과거 그린벨트 토지매매로 큰 시세차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강남권 그린벨트 주변 공인중개소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세곡동 그린벨트 토지 중 전답은 3.3㎡당 700만~800만원 선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불거지기 전엔 500만원 선이었고 급매의 경우 300만~400만원 수준이었다. 임야는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입지별 시세는 인근 수서역세권 개발에 따라 현재 지급을 진행 중인 토지보상액 수준과 비슷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곡동 그린벨트 대지와 임야 시세도 세곡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매물이 거의 없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 흐름이 엿보이면 우선 해당 지역 땅값이 먼저 반응한다. 특히 그린벨트가 풀려도 개발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임야보다는 곧바로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대지와 전답 시세가 치솟는다. 이후 정부가 실제로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 등이 들어설 주요 택지지구에 대한 밑그림을 완성하면 본격적인 2라운드 투기판이 열린다. 토지보상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민간 개발업자들의 투기수요가 가세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그린벨트 투자는 정부 손이 뻗치는 선행 개발지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손을 댈 후행 개발지가 더 알짜로 여겨진다"면서 "주거지가 들어설 주변으로 확장되는 예상 상업지역 내 꼬마빌딩 등에 막대한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세곡동과 내곡동 인근 낡은 주택가는 330㎡(100평) 내외다. 건물값은 포함하지 않고 지목대로 만으로도 가격은 높은 수준이다. 세곡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옛날 집터를 땅값만 주고 사려는 문의가 많다"면서 "대략 3.3㎡당 2500만원을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성남시 금토동 땅값도 약 10개월 만에 2~3배나 뛰었다.

수도권 지역에선 그린벨트 내 토지를 대량매입해 쪼개파는 기획부동산으로 의심가는 거래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개월(4~8월) 동안 총 315건 토지거래가 발생했는데 거래량은 시흥시 하중동(159건), 과천시 과천동(69건), 광명시 노온사동(45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월별 거래량의 경우 과천과 의왕시 포일동의 8월 토지거래 건수가 전월과 비교해 급격히 늘어났다. 과천의 경우 7월 7건에서 8월 24건, 의왕은 7월 1건에서 8월 15건으로 급증했다. 이른바 '쪼개기'로 의심되는 지분거래의 경우 과천과 의왕의 4~7월간 거래 건수는 월평균 3건에 불과했지만 8월에는 31건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과천과 의왕은 지난 5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출한 신규택지 후보지역에 포함된 곳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택지 확보보다 도시공급계획을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를 활용해 보급률을 높여 도심부부터 안정화를 끌어내야한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다. 규제 완화를 통한 수월한 정비사업이 진행돼야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어 매물 품귀현상으로 인한 집값 급등이 예방된다는 계산이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한 사업장 수십여곳이 정비일정에 속도를 내더니 올 들어서는 사업시행인가 소식도 듣기 힘들다. 해가 바뀌고 정비를 미루고 있는 사업장들은 현재 부담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묘책을 만들기 위한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 시행 후 총 361곳 중 관리수단이 없는 해제지역 239곳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희망지사업 추진 계획을 내놨다. 주민동의에 따른 해제지만 사업성 저하, 정비사업비 부담 등을 이유로 해제를 원했던 만큼 공공지원으로 원활한 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구조를 갖출 수 있어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불러오겠지만 이를 통해 계속적인 공급이 이뤄지면 가격은 안정되기 마련"이라며 "층수 규제를 완화해 이를 통해 늘어난 물량은 서민ㆍ청년층 등에 공급한다든지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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