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을가다⑭]정글을 농장으로…캄보디아 망고시장 개척한 韓기업

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14> 캄보디아(상)-농업 블루오션

최종수정 2018.07.10 10:30기사입력 2018.07.10 10:30
현대종합상사가 캄보디아 캄퐁스페우 지역에서 인수해 운영중인 현대아리랑농장 전경.


[프놈펜·캄퐁스페우(캄보디아)=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시아누크빌항으로 이어지는 4번 국도를 1시간30분가량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망고나무의 물결이 파도치듯 좌우로 펼쳐진다. 전 세계 최대 망고집산지인 캄보디아 캄퐁스페우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이 지역의 망고 재배규모는 3년 전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인 1만㏊를 넘어선 데 이어 매년 확대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현대종합상사가 2014년 인수해 운영 중인 현대아리랑농장은 260㏊ 규모로 여의도 면적(290㏊)에 맞먹는다. 약 18년 전만해도 정글이었던 이곳은 은퇴 후 캄보디아를 찾은 한국인 3명이 손수 개척한 '캄보디아 최초의 망고농장'이기도 하다. 한때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호랑이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망고나무 3만4000그루가 대신 모습을 뽐내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000t, 전체 생산능력은 최대 1만t에 달한다.

지난 5월 말 현대아리랑농장에서 만난 이창훈 현대아그로 캄보디아 법인장은 "캄보디아 망고는 인도산 망고에 견줄 만큼 상품성이 높지만 현지에서 생산단계부터 열대과일을 취급하는 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진출을 결정했다"며 "단순한 농장 운영과 망고 생산을 넘어 중국ㆍ유럽 등에 유통하는 식량사업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 캄보디아에 첫발을 내디딘 MH바이오에너지(서원유통)도 인근에서 8000㏊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탕수수 1300㏊, 유칼립투스 1300㏊, 망고 700㏊, 사료작물 300㏊ 등을 경작하고 있다. 진출 초기 농작물 선정 과정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기도 했지만 4년 전부터 주요 경작물을 다변화해 올해 첫 망고 수확을 앞두고 있다. 사탕수수 등 경작물의 99%를 캄보디아 내수시장에서 판매 중이며 향후 수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시항 MH바이오에너지 법인장은 "2000㏊ 규모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망고를 수출하고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바나나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아리랑농장 직원들이 수확한 망고를 살펴보고 있다.

◆블루오션 노린 기업농 진출 잇따라=대표적 농업국가인 캄보디아에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기업만도 신송식품, 충남해외농업법인 등 60~70곳 상당이 진출해 있다. 낙후한 현지 농업에 최신 영농기술을 접목시켜 '블루오션'을 노리는 이들이다. 일본 역시 최신기술을 적용한 딸기 비닐하우스 농장 설립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이 없고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 3모작이 가능한 기후, 투자우호적인 정부 정책,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 대비 넓은 국토 등은 캄보디아 농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현지 관계자는 "주변국에 비해 아직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농업이라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캄보디아 수출에서 농산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6%로 더욱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망고, 두리안 등 열대과일 외에도 북부지역에서 대규모 후추농장 등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잇고 있다. 현지 특산농산물 생산업체 콘피렐(Confirel)의 관리담당자인 흠 피셋은 "세계 후추시장의 가격이 떨어져도 캄보디아 캄봉지역 후추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며 "콘피렐 역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미국, 일본, 태국 등에 팜슈가와 후추 등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무, 캐슈넛 등도 각광받는 수출작물이다.

진출 기업들의 주 타깃은 캄보디아 내수가 아닌 수출을 통한 글로벌시장이다. 연평균 7%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소비시장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아그로 등이 주요국 수출을 위한 검역센터 건립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올가을 오픈하는 캄보디아 최초의 농산물 유통센터는 약 10㏊ 규모로 신선과일 검역센터, 망고수집포장센터, 관련 식품ㆍ한국산 농기구 기업 등을 갖추게 된다.

이창훈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 태국 등에 수출 중인 '키리롬' 브랜드를 향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유럽 지역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오렌지=선키스트'처럼 대표 망고브랜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전시항 법인장 역시 "중동지역의 시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수출시장을 기대했다.
MH바이오에너지가 운영하는 캄보디아 농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사료작물인 네이피어그라스를 수확하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ㆍ낮은 노동생산성은 과제=가공ㆍ유통과 수출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캄보디아 진출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프놈펜에서 시아누크빌항까지 거리는 240㎞ 상당이지만 이동시간은 무려 6시간이 넘는다. 현대아그로가 망고 포장을 위한 상자를 제조할 현지업체를 찾지 못해 결국 패키징 업체를 인수해 생산하도록 한 것도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진출하는 것만큼 독약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아 코트라 캄보디아 프놈펜 무역관은 "그간 많은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농업에 진출했지만 현지화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하지 않으면 실패의 교훈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시항 법인장은 "대부분 기업들은 현장에 오기 전 이미 작물을 선정해서 온다"며 "노동생산성이 낮고 일용직관리, 장비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현지화도 중요하다. 진출 10년이 넘은 MH바이오에너지는 그간 단 한 차례도 임금체불, 연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열대과일 특성상 스마트팜 도입이나 100% 기계화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아그로의 경우 농장 내에서 일하는 직원은 단 20명으로 타 농장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다. 관건은 기계화 비율을 높이는 데 있다. 잡초제거 등 대부분의 작업은 기계화돼 있다. 드론을 통해 작황 현황을 파악하고 농약도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뿌린다.

현지 진출 유망 분야로는 농약, 비료, 농기계, 관수, 농업정보시스템, 위생 및 검역, 시험기기 및 검사 등이 꼽힌다. 샘 세레이라 캄보디아 상무부 차관보는 "캄보디아는 농업이 발달하고 원재료가 풍부하지만 기술이 부족하다"며 "한국 기업이 가공공장 등 많은 분야에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혁 한ㆍ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캄보디아 정부는 2025년까지 농식품분야의 수출비중을 현재의 두 배인 12%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라며 "(농식품업이)캄보디아 경제성장의 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먼저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경제적토지양여권을 취득하거나, 일반인으로부터 임차하거나, 직접 매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캄보디아 회사법상 회사의 지분 51% 이상을 캄보디아 현지인이 보유한 회사는 캄보디아 국적을 가진 회사로 분류돼 토지 소유가 가능하다.

법무법인 중정의 프놈펜 사무소장인 김철웅 수석변호사는 "장기임차권을 통한 농장운영이나 명의신탁을 통한 소유가 보편화돼 있다"며 "이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경우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처분문서를 잘 구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반기일 변호사 역시 "경제적 토지양여권은 인근 주민들과 토지경계선 분쟁을 해결해야 하고 취득 후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직접 매입하는 경우 51% 주주인 현지인 파트너의 지분에 질권을 설정하는 등 합법적 방식으로 통제장치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놈펜·캄퐁스페우(캄보디아)=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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