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을가다⑬]동남아의 배터리, 전기수출 부국의 꿈

<13>희망과 우려의 땅 라오스

최종수정 2018.07.03 11:20기사입력 2018.07.03 11:20
서부발전과 SK건설이 참여한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2013년에 11월에 착공해 2019년 2월 완공예정이다.


[비엔티안(라오스)=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주변국에 전력을 파는 나라는 라오스 외에도 다른 나라가 있을 수 있지만 국경을 맞대지 않는 나라에까지 전기를 파는 나라는 라오스가 유일할 겁니다." 꼬모짠 프엣아사 라오스전력공사(EDL) 부상무이사는 지난달 1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수력발전 대국 라오스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꼬모짠의 설명처럼 라오스는 올해 초 인접국인 태국을 넘어 말레이시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지만, 라오스로부터 100메가와트(㎿)를 공급받기로 했다. 계약에 따르면 라오스는 메콩강 지류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태국의 송전설비를 거쳐 말레이시아로 공급한다.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넘어 싱가포르까지 전기를 수출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재 라오스에서 생산하는 전체 발전용량을 감안하면 이번 말레이시아에 송전하는 전력량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경을 건너까지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라오스로서는 의미심장한 결정이다. 라오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아세안(ASEAN)에서도 최하위권 국가지만 '동남아의 배터리'라는 별칭처럼 천혜의 자원을 바탕으로 전력 수출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모찬은 "라오스가 갖고 있는 동남아의 배터리라는 명성이 자랑스럽다"면서 "이제는 전기의 품질을 높여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동남아의 배터리=라오스는 지형적 특성상 산악지대가 많고 강수량이 풍부해 수력발전에 있어서 이상적인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라오스 정부에 따르면 라오스에는 53개 수력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이 발전소들의 설비 전력량은 7082㎿다. 2020~2021년 완공 예정인 47개 발전소의 전력 설비 5980㎿를 모두 합하면 1만3062㎿로 늘어난다. 제조업 기반도 크지 않고, 인구도 많지 않아 전력 자체 수요가 크지 않은 라오스에서 이처럼 수력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기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력발전은 일단 설비투자를 해 놓으면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라오스는 현재 4260㎿를 태국에 수출하는데 2025년에는 9000㎿로 늘릴 계획이다. 250㎿를 판매하고 있는 베트남에도 2025년까지 5000㎿의 전력을 수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라오스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나라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가 동향과 상관없이 저렴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라오스로부터 전력을 수입할 경우 이 부분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적 입지 조건이 좋다고 해서 수력발전이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라오스 역시 수력발전 과정에서 환경문제, 이주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해 코모찬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절차를 지키려 한다"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의 경우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치며 해당 기관들은 가이드라인 기초에 검토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이주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성을 판단할 때 이주 문제가 함께 검토된다"면서 "거주민이 많아 이전 비용이 드는 곳은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스 수력발전 사업에 있어서 관건은 판로확보다. 수력발전소를 지은 뒤 전력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것이 사업 승인과 재원 조달의 핵심 변수다.

라오스는 현재 생산 중인 전력의 85%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초고전압 송전(UHV)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장거리에 전력을 송전해도 전력 손실률이 떨어진다. 이 덕분에 라오스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략이 국경을 넘어 송전이 가능한 것이다. 중국 등이 UHV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다 보니 라오스의 전력 수출 사업 역시 활로가 열리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부분은 송배전 사업이다. 라오스는 엄청난 전력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송전 능력 등은 문제가 많다. 전력 송전 능력의 문제는 결국 전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송ㆍ변전 시설들이 향후 라오스에서 각광을 받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한국 기업들도 라오스 수력발전에 뛰어들었다. 그 대표적 사례는 라오스의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이다. 내년 2월6일 준공 예정인 세남노이 수력발전은 서부발전과 SK건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05년 국내 컨소시엄이 구성된 뒤 2008년 라오스와 사업개발협약을 체결해 2013년 공사에 들어갔다. 완공된 뒤 생산되는 전력의 90%는 태국 전력공사에 수출되고, 나머지 10%만이 라오스 전력공사에 공급된다. 전력이 초과 생산되는 라오스의 특성상 수력발전소 건설은 전력 판로 확보가 우선 과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서부발전은 이 사업을 통해 해마다 1억3400만달러(약 1483억원)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총 양허 기간이 27년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예상 수입은 4조41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남노이 수력발전 공사가 순탄한 것은 아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영토에 인구가 650만명일 정도로 라오스는 인구가 적다. 자연히 고급 인력이 많지 않은 데다 곳곳에서 수력 발전이 진행되다 보니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확보한 근로자들이라 하더라도 무단 결근이나 무단 퇴사를 하는 일이 빈번해 어려움을 겪는다.

만성적인 라오스의 인프라 미비 역시 공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장에 필요한 철근이나 콘크리트 같은 물자들은 라오스 현지 조달이 아닌 베트남이나 태국 등을 통해 들여오는데 물류비용이 상당할 뿐 아니라 물품 조달에도 장시간 소요되면서 공사를 어렵게 만든다. 이 외에도 전력 사정 또한 좋지 않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 자체 발전기(5㎿)를 만들어 작업을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지 관계자들은 라오스 내 수력발전사업의 개발 및 참여에 대한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말한다.

라오스에는 현재 사업개발협약 단계의 112개 프로젝트와 양허각서 단계의 221개 프로젝트가 있다. 이를 합하면 2만1000㎿의 수력발전사업 개발을 추진 중이다.


비엔티안(라오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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