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을가다⑫]日도전 물리친 한상의 시장 선점…제2의 코라오를 찾아라

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12>'희망과 우려의 땅' 라오스

최종수정 2018.06.26 15:50기사입력 2018.06.26 12:10
[비엔티안(라오스)=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언제 포장을 한 것인지 움푹 파여 있는 도로 위를 최신식 외제 자동차와 삼륜차로 개조한 오토바이 툭툭이 먼지를 날리며 한데 뒤섞여 달린다. 압축적으로 빠른 성장 속에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도로 풍경이다. 도로 위 수많은 차종 사이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 브랜드였다. 대한(DAEHAN)이라는 브랜드의 픽업트럭도 종종 눈에 띈 점이 이채로웠다.



라오스 전역에서 이처럼 한국 자동차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 진출한 코라오(LVMC 그룹)의 시장 선점 영향이 크다. 코라오는 1997년 라오스에 한국산 중고차 수출 및 분해조립판매를 통해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형성했던 판매조직망을 바탕으로 이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신차 판매에 나서 오늘의 시장환경을 만들었다. 코라오는 라오스 정부가 해외 중고차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한 뒤에는 제조업 산업 기반이 전무한 라오스에서 자체 승합차 브랜드 대한을 만들어, 자동차 조립ㆍ제조업체가 되기도 했다. 코라오 관계자는 "라오스 전역에 딜러망 및 프렌차이즈망을 구축했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일본 업체가 라오스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코라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판매와 생산에서부터 차량 렌탈 서비스, 할부금융 등 은행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업에 진출했다. 코라오는 현재 라오스 내 민간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4800명가량의 직원을 채용한 대기업이다. 제조업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라오스에서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것은 온전히 코라오라는 한상(韓商)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2의 코라오 나올까=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라오스 경제를 두고서는 비관과 희망을 모두 말한다.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요인 역시 크다는 것이다. 김인규 부영라오은행 지사장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다고 할 수 없는데, 라오스 경제의 성장률은 낮지는 않다"고 소개한다. 사실 라오스의 경제는 지표상으로 보면 고속 성장 중이다. 수년 전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8%를 넘어설 때도 있었지만, 성장률이 둔화된 현재도 6%대 중반을 기록할 정도다. 하지만 실제 라오스 경제의 지표상의 발전도에 비해 산업구조의 변화 등 경제의 변화는 베트남 등 주변 국가보다 확인하기 어렵다.
라오스는 한반도 면적의 1.1배 영토를 갖고 있지만 인구는 650만명에 그칠 정도로 인구 밀집도가 낮다. 뿐만 아니라 내륙 국가다 보니 수출입을 위해서는 동남아시아의 또 다른 항구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인구가 적다 보니 낮은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수출지향적 산업화를 추진했던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전혀 다른 경제 상황에 놓여 있다.


라오스의 경제와 관련해 고질적으로 지목되는 문제점은 물류비용이다. 제대로 된 철도, 도로망이 없다 보니 주변국보다 물류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없어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는 실정에서 비싼 물류비용은 공산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태국, 미얀마, 중국, 캄보디아에 둘러싸여 바다를 접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최근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라오스는 최근 스스로를 내륙국(landlocked)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연결된 국가(land-linked)로 설명한다. 이처럼 발상을 달리할 경우 인도차이나 물류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라오스에서 기능 중인 철도는 3㎞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중국이 추진 중인 쿤밍(昆明)~비엔티안 고속철도가 완성되는 시점부터는 점차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2021년 고속철도망이 완성되는 시점을 전후로 라오스 수평과 수직으로 대규모 철도, 도로 건설망이 추진될 계획이다. 인프라망이 본격적으로 갖춰질 경우 라오스의 지정학적 위치는 물류 거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자라고 있다.


◆투자는 몰리지만 안심은 금물= 라오스는 지속적인 재정적자 국가이다. 라오스는 부족한 재정을 외국 차관을 통해 메우는 성장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라오스가 그동안의 경제 성장 덕분에 2020년 최저개발국(LDC) 지위를 탈출하게 될 경우 원조 형태로 제공됐던 저금리의 차관이 끊기면서 재정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부담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라오스 정부는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불투명한 시장환경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해 재정지출이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하지만 낙후된 경제 환경과 맞물리면서 세원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령 비엔티안 시민들의 경우 공산품 등을 구매할 때 자국 쇼핑몰 대신 태국 인접 지역으로 건너가 제품을 구매한다. 실제 비엔티안 인근 농카이라는 태국 마을 쇼핑몰의 경우 전체 태국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매출이 높다. 국경을 넘은 라오스인들이 그만큼 찾기 때문이다.

라오스인들로서는 열악한 물류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 비싸다 보니 주변 지역으로 나가서 직접 제품을 사는 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부패 문제와 맞물리면서 만성적으로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 세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폐개혁 가능성과 전자결제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지 기업인들은 아직 먼 이야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라오스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해외 투자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현재로서는 중국 등 투자하겠다는 해외 자본이 줄을 선 상태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의 한 금융 전문가는 "쿤밍~비엔티안 고속철도가 완공된 뒤 경기 과열이 올 수 있는데, 그때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기 때문에 희망이다= 현지 진출한 기업인 가운데 일부는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에 선점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시장이 성장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정석진 CJ대한통운 비엔티안 지사장은 "현재 라오스시장이 소규모지만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선점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지사장은 중국 등 해외기업 등의 수출, 인구의 증가세 등이 라오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고 소개했다. 더욱이 라오스 인구의 소비성향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최근 할부금융의 성장세에서 확인되듯 젊은 층의 경우 소비 잠재력이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 관계자들은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미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관건은 5~10년가량의 세월을 기다릴 수 있는 있는 체력을 가졌는지다. 박창은 KOTRA 비엔티안 무역관장은 "시장이 작다 보니 미리 진출할 경우 독과점시장을 노릴 수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비엔티안(라오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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