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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북한이 김계관을 통해 놓은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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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북한이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던 미국에 일침을 가했다.


북한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을 앞세워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는 미국에 강경한 불만을 표시했다. 북ㆍ미 정상회담마저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표되는 미국 내 강경파의 과도한 요구에 맞서 기싸움에 나섰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완전한 비핵화의 시간끌기를 위해 특유의 압박전술을 사용한 것이라는 의례적 판단도 뒤따랐다.


하지만 김 제1부상의 담화문 내용에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식겁할 부분이 담겨 있다. 미국의 경제적 보상과 관련한 발언이 그것이다. 김 제1부상은 미국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는 부분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미국을 향해 그 부분을 기대해 경제건설을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거래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회동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보상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옛 지역구인 미국 중서부의 농기계와 농축산업, 에너지 분야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쇠락한 지역구 산업의 활로를 북한을 통해 열어보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어쩌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한 셈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 자신의 재선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덤이다.


북한이 김 제1부상을 앞세운 의도는 북한 경제의 재건 계획에 미국 기업이 당연히 선택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지 말라는 경고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가 해결된 이후 경제건설에 투자할 파트너는 줄을 섰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중국, 러시아, 남한, 유럽, 일본 등 관심을 가질 국가가 줄을 섰다는 인식이 깔려 있을 것이다.


단적인 예가 북한에 매장된 자원개발 분야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6년 미국 지질조사소(USGS)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매장 광물자원 규모는 무려 32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도로, 철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열악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대북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인프라 투자는 북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이어지는 물류 네트워크의 혁명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재건 사업으로 미국 기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영국, 프랑스도 숟가락을 얹어 큰 재미를 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북한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해 미국의 해상 패권주의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판을 읽었다면 김 제1부상을 통해 날린 카운터 펀치의 숨은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핵화는 해주겠지만 미국에 우선적 투자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협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방중한 북한의 친선 참관단에 농업, 과학기술 등의 대규모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면담까지 했다. 미묘한 시점에 미국을 의식한 북ㆍ중 경제협력의 신호탄으로 보이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주민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경제적 번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계관을 통해 이렇게 답한 것은 아닐까. "우리의 경제건설에 미국 기업이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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