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헬물가⑤]백수·취준생 눈물의 하루살이…"하루 한 끼로 버텨요"
최종수정 2018.03.08 08:41기사입력 2018.03.08 08:20
"가뜩이나 힘든데" 각종 먹거리 가격·생활비 치솟아 이중고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분식집 라면, 편의점 삼각김밥ㆍ도시락 등 자주 먹는 먹거리 가격은 다 올랐어요. 외식비 줄이려고 직접 밥을 해 먹으려고 해도 채솟값까지 치솟아 도저히 엄두가 안 납니다." 아르바이트(알바)로 원룸 월세를 내며 대학교에 다니는 김연희씨. 김씨는 얼마 전부터 주말 단기 알바를 추가로 알아보고 있다. 껑충 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지금 받는 알바비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바쁘고 생활비를 절약해야 된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경우도 있다"며 "4학년인데 제대로 된 취업 준비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물가 상승 여파를 최전선에서 맞고 있다. 불황 속 가뜩이나 취업 준비·학업 등이 버거운데 올 들어 물가 줄인상은 시름을 더욱 깊게 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20∼29세) 실업자의 평균 구직 기간은 2016년(3.0개월)보다 0.1개월 늘어난 3.1개월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긴 것이다. 특히 대학 졸업생이 몰려있는 20대 후반의 평균 구직 기간은 3.4개월로 전 연령대 평균(3.1개월)을 훨씬 웃돌았다. 20대 평균 구직 기간은 2002년 3.0개월을 기록한 뒤 줄곧 3개월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6년 제조업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평균 구직 기간이 14년 만에 3.0개월로 올라섰고, 고용 상황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고용 상황 속 물가 고공행진은 치명적이다. 최근 GS25에 이어 세븐일레븐과 CU를 포함한 주요 편의점과 대형마트들은 이달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출고가격을 올리자 유통채널에서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 설렁탕, 햄버거, 도시락, 김밥, 국밥 등 외식 메뉴, 주요 생활용품 가격까지 부쩍 올랐다.

1인 가구가 자주 이용하는 외식 메뉴의 배달비도 크게 상승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국내 대표 패스트푸드들은 최근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렸다. 지난해까지는 모두 1만원 미만으로 주문해도 배달이 가능했다. 특히 일부 외식업체들은 이틈을 노려 배달비를 크게 올리는 꼼수 영업도 일삼고 있다. 한 외식프랜차이즈는 이달부터 별도 배달비를 4000원으로 올렸다. 동네 자영업소에서도 배달비를 2000원가량 받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혼자 원룸에서 자취하는 김지웅씨는 "자주 시켜 먹는 동네 치킨집이 배달비 3000원을 별도로 받기 시작했다"면서 "햄버거 딜리버리(배달)도 이제 1만원 이상 주문해야 가능해 매장에 가서 직접 포장해 먹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가계부를 보니 배달비로만 4만원을 지출해 이번달부터 배달 음식을 줄이기로 했다"며 한숨 지었다.


스스로 요리해 먹기도 만만치 않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정보를 보면 배추 상품 1포기 평균 소매가는 지난 5일 기준 4303원으로 평년(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 대비 32.3%, 전년 대비 7.4% 높다. 가장 비싸게 파는 소매점 가격은 6000원에 달한다. 무는 더 올랐다. 상품 1개 평균 소매가(2799원)는 평년과 1년 전보다 90.9%, 24.4% 비싸졌다. 올 1~2월 전국을 강타한 한파·폭설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50(2010=100)으로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이 2.5% 상승하며 전체 생산자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이 8.7%나 올랐다. 농산물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4.2%를 기록한 작년 8월 이후 최대다. 역시 한파와 폭설 탓이다. 구체적으로 피망이 전월보다 151.1%, 풋고추가 89.3%, 파프리카는 59.5%, 오이는 40.8% 상승했다. 보통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해당 채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채소가 날씨 직격탄을 맞았다면 일부 수산물 가격은 어획량 감소에 폭등세다. 물오징어 중품 1마리 평균 소매가는 4260원으로 평년과 전년 대비 각각 43.5%, 27.4% 높다. 편의점 CU는 슬라이스 오징어(3800→4500원) 등 오징어를 재료로 쓰는 식품 가격을 올렸다. 오징어 가격 상승세를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5kg(160미) 기준 15만원선이었던 제주지역 참조기 경락가는 올해 들어 18만원선으로 20%가량 뛰었다.

주꾸미 100g 가격의 경우 2007년 2000원대였다가 현재 4000원대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급기야 이마트는 주꾸미 수급 대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충남 보령과 무창포 등지에서 조업한 겨울 주꾸미 200t을 업체와 사전계약을 통해 대량 비축한 뒤 100g당 1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집밥이 버거운 대학생들 상당수가 학생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운다. 그러나 학생식당 밥값마저 오름세다. 각 대학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식(食)과 의(衣)가 이런데, 주(住)는 어떨까. 일부 대학가의 경우 재개발 등으로 인해 원룸 물량이 부족하거나 신축 또는 리모델링 영향에 임대료 상승세가 가파르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가 33㎡ 이하 원룸의 월세는 50~60만원선에 이른다.

이 밖에 최저임금 상승 여파는 외식업체에서 목욕탕, 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으로 옮겨붙었다.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줄이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택시요금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7월부터 택시요금을 최대 25%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이 현실화되면 택시 기본요금은 현재 3000원에서 4500원으로 높아진다. 2001년(약 25.3%)에 이은 최대 폭 인상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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