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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열풍①]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비트렌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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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소비트렌드 '소확행'
저성장·경제침체 속 작은 행복 추구 현상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실속형 소비 부상
최근에는 욜로·가성비 넘어 만족감 중요시하는 '가심비' 소비


[소확행 열풍①]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비트렌드 변천사 레고카페 플레고에 다양한 레고와 프라모델들이 전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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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직장인 최원식(서울 광진구 중곡동)씨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프라모델 조립세트를 구입한다. 만화영화 시리즈가 시작, 프라모델 신상품이 쏟아지면 더 자주 구매하기도 한다. 2만원 상당의 프라모델을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작은 부품 하나, 스티커 하나에 온 신경을 몰입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어느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최씨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데다 프라모델을 완성한 뒤 뿌듯함도 크다"면서 "이것이 진정한 소확행"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신재우씨(서울 마포구 합정동)는 친구들과 특급호텔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1인당 10만원 안팎이면 1박2일 동안 국내 특급호텔 수영장과 사우나, 헬스클럽까지 이용 가능하며 조식 뷔페에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신씨는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경우 저녁 무제한 드리킹과 레이트 체크아웃도 장점"이라며 "하루종일 호텔에서 마시고 먹고 운동하는데 10만원 정도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른바 '소확행' 소비 트렌드가 대세다. 소확행이라는 용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에 발간한 수필집 ‘랑겔 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하는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꼽았다.


혼술이나 맛집탐방, 셀프 인테리어 등 우리나라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새로운 소비현상이 소확행과 결을 같이한다. 지난해까지 국내 소비 시장에선 가격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잡리 잡았지만, 성능이 아닌 만족감에 무게를 둔 '가심비(가격대비 만족)'이 올해 뜨고있는 것도 소확행과 같은 맥락이다.


하루키의 ‘소확행’은 일본의 1980년대 경제 붕괴로 인한 경제 침체 시기에 힘들게 보냈던 경험을 토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자 하는 심리를 담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확행은 지난 2015년 12월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한국에 출간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통해서도 한국에 상륙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일본 젊은이들이 “사회라는 커다란 세계에서는 불만을 느끼지만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작은 세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설명한다.


올 들어 소확행이 소비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일본 사례와 무관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국내 소비 시장은 소유가치 중심에서 이용가치 중심으로 전환한 '가치전환형 소비'가 특징으로 꼽혔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불안·걱정이 가중되면서 이에 대비하는 소비인 '미래대비형 소비'가 확대됐고,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빠르고 간편한 것을 찾는 편리형 소비와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휴식·충전형 소비도 확산됐다. 가족규모 축소와 경쟁사회 등에 따른 고독과 스트레스로 위로형 소비가 발생한 점도 특징이다. 특히 인구 구조가 빠르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싱글슈머(Single+Consumer)'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이에 따라 가공식품과 간편식 증가는 편의점 산업을 호황으로 이끌기도 했다.


[소확행 열풍①]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비트렌드 변천사


2000년대 초반까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명품 등 남에게 과시하는 소비가 중심을 이뤘다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멘 실속형 소비가 늘어난 결과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5년 내놓은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가 집은 '꼬리경제'가 대표적이다. ‘1+1’이나 ‘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텀블러를 갖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모으기 위해 햄버거를 먹는 등의 현상이다.


다만 최근 수년간 가성비만 따지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행해졌던 소비에서 ‘나’ 중심의 소비로 바뀌는 모양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뜻대로 자신을 위한 소비가 떠올랐고,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느끼는 ‘탕진잼’,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지출하는 ‘시발비용’ 등도 나왔다. 평소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끼다가 한두 가지 품목은 고품질·고가 제품을 선택하는 ‘일점호화(一點豪華)’ 현상도 나타났다.


이같은 소비 행태가 확산되는 배경으로 과도한 경쟁, 저성장 속 깊어지는 박탈감, 자존감 상실, 화학물질 공포 등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서 느끼는 불안·공허함을 꼽는다. 불신·불안·불황이라는 ‘3불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분석이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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