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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엔 없고, 르노삼성엔 있는 것… 지원ㆍ타협ㆍ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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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엔 없고, 르노삼성엔 있는 것… 지원ㆍ타협ㆍ경쟁력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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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외국계 기업이 대주주인 자동차 업체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GM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반면, 르노삼성은 같은날 올해 내수 10만대, 수출 17만대 등 역대 최대 규모인 27만대의 '메이드 인 코리아' 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르노삼성과 한국GM 모두 비슷한 굴곡을 겪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해외로 매각됐고 경영난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정반대다. 르노삼성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한국에서의 지속 성장을 약속한 반면 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완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본사의 지원 방식, 노사 타협, 경쟁력 제고 노력 등 위기를 대처하는 자세가 두 회사의 운명을 엇갈리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르노삼성은 2011~2012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엔고 현상과 유럽 재정위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2011년도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19% 증가했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010년 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11년 2150억원, 2012년 1720억원의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을 살리기 위해 '리바이벌 플랜(회생계획)'을 마련했다. 2012년 한국을 방문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 수출할 수 있도록 1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르노삼성은 이를 통해 회생의 기반을 마련했다. 2년 간의 혹독한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르노삼성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13년도에 매출 3조3000억원, 영업이익 445억원, 당기순이익 170억원을 달성해 3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로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수출 물량이 증가했으며 역대 최고 수출 기록까지 경신했다.


반면 GM은 지난 2010년 경영난 때처럼 이번에도 정부에 손을 벌렸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이 신차 배정을 하는 2월말까지 한국GM 경영 정상화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언급해 구조조정 상황이 신차 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GM은 또 한국GM에 대해 투자 대신 캐시카우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의 2014∼2016년 평균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93.8%로 다른 완성차 업체의 원가율 80∼85%인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높다. GM 본사가 부품 등을 비싸게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르노삼성의 매출원가율은 80.1%(2016년)로 한국GM보다 13%포인트나 낮다. 또한 한국GM은 미국 본사에 과도한 이자를 지불해왔다. GM은 한국GM에 3조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면서 시중금리보다 크게 높은 연 4.7∼5.3%의 금리를 적용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르노 본사에 대출 이자나 업무지원비용으로 한푼도 지급하고 있지 않다. 르노삼성은 모기업인 본사로부터 차입을 해오는 것이 아니라 본사가 직접 지분출자 형식으로 투자를 하고 나중에 당기순이익 배당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두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 중요한 요소다.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타개한 르노삼성은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었지만 한국GM은 노조와의 갈등, 반복되는 파업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르노삼성의 빠른 흑자 전환은 무엇보다 르노삼성 전 임직원이 회사의 회생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 동결과 일부 복리후생을 유보하기로 합의했고, 회사는 이에 대해 고용보장을 약속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공장 생산성 종합 순위가 2012년 18위에서 2016년에는 4위로 올랐고 르노 공장 중에서는 8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올해 한국에서 계속 차량을 생산ㆍ판매할 것이며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GM의 경우 철수설이 나오고,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파업에 나섰고 임금 협상은 해를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한국GM은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도 매년 3.3~5%를 올렸다. 2017년도 임금 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50만원 수준에서 타결됐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는 파업도 반복됐다. GM은 한국GM의 4개 공장을 그룹내에서도 가장 고비용 사업장으로 꼽고 있는 상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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